
독일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1995년)> 또는 동명의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9년)>를 읽거나 본 적이 있나요?
저는 보통 책을 먼저 읽고 호기심이 생기면 영화를 보는 편인데요. 이번에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나중에 읽어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차에, 대화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를 주제로 열두 달 인문학당 시즌9 ‘활자와 스크린 속 세계사’를 진행한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참석했습니다.


이 책은 독일어권 문학작품으로는 처음으로 <i>뉴욕 타임스(The New Yo가 Times)</i>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각국의 유명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문학적 성취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48개국에 번역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입니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하굣길의 마이클(15세)이 우연히 한나(36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어느 날 말도 없이 자취를 감춥니다. 시간이 흘러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었고, 나치 범죄 재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한나를 보게 됩니다.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나에게 마이클은 10년간 책을 읽은 녹음테이프를 보내지만, 둘의 인연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시작은 현실에서 있기 힘든 삼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묵직함이 느껴졌습니다. 한 시대를 집어삼킨 나치 범죄의 단죄, 홀로코스트에 동조한 개인의 책임, 죄를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의 이기심, 문맹을 들키기 싫어 범죄를 인정하는 한나의 자존심 등 다양한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얽힌 아픈 세계사, 개인의 죄의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윤리적 딜레마 등에 관한 통찰을 담은 책과 영화이기에 마음에 남습니다.
나치의 잔혹성에 관해서는 여러 매체에 다뤘지만, 나치 전범 재판 과정에서 문맹이 초래한 결과를 다룬 영화 또는 책은 처음 접했습니다. 여주인공 한나는 법정에서 글을 모르는 것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맙니다. 만약 한나가 글을 알았거나 자존심을 버렸다면 어땠을까요? 법정에서 종신형을 피했고, 다른 결말을 맞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맹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합니다. 글을 모르면 사회적 약자가 되어 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번 프로그램 주제는 교육의 필요와 중요성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 틈틈이 책을 읽거나 영화관람 또는 가까운 평생교육기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생각의 기회를 넓혀가면 어떨까요?

글 | 박종금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