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제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단어는 ‘금서’입니다. ‘금서(禁書)’는 한 국가에서 출판이나 판매 또는 독서를 법적으로 금지한 책을 말하며, 금서의 기준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목차를 살펴보니 강의에서 다룰 금서 도서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림 형제의 <그림형제 동화집>,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과 <슈렉>, 권정생의 <몽실언니>,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금서였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해져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모방 자살 방지를 위해 금서로 지정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첫 강의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홍진호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제목에 오류가 있다며 ‘젊은 베르터의 고통’이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대표작으로, 자기 경험과 친구의 이야기를 합하여 구성한 소설이며,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최초의 독일소설입니다.

약혼자가 있는 여인을 사랑하여 자살에 이르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는 1774년 출간되자마자 젊은 독자층을 사로잡았고, 베르테르의 의상인 노란 조끼와 파란색 상의가 유행했으며, 이 소설로 인해 자살하는 남자들도 많았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박정희 정권 때 금서로 지정되었는데, 이유는 타인의 자살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모방 자살 시도가 잇따른 사회현상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을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 또는 ‘모방 자살 효과(Copycat suicide effect)’라고 합니다.
강의 책자 배부

프로그램이 7월 3일부터 10월 2일까지 장기간 이어지기 때문인지 강의자료를 엮어 책자로 배부했는데, 지금까지 도서관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입니다. 아마 강의의 주최가 문화체육부, 주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도서관협회여서인 듯합니다. 그동안 강의를 들으면서 핸드폰 메모장이나 노트북에 필기했는데, 직접 손으로 중요 내용을 필기하니 더 기억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형제의 <그림형제 동화집>
<개구리 왕자>, <백설 공주>,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동화 제목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유명한 동화입니다. 이 중에 <개구리 왕자>는 모든 판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동화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메르헨※ 중의 하나입니다.
※ 메르헨(Märchen)은 독일어로 ‘어린이를 위하여 만든, 공상적이고 신비로운 옛이야기나 동화’를 뜻함.

<그림형제 동화집>은 독일의 유명한 학자이자 작가인 ‘그림 형제’가 약 200년 전 주변의 여러 인물, 탐방, 광고로 모집, 문헌 자료 등을 통해 수집한 이야기를 정리해 엮은 책입니다. 민족적 뿌리를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교육적 목적을 담은 그림 동화지만, 처음에는 알려진 바와 같이 윤리적, 성적, 폭력적 내용이 담겨 있어 금서가 되었으며, 두 번째 판본(1819년)부터 수정이 되었습니다.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
1963년에 출판된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널리 알려진 모리스 샌닥은 미국의 작가이자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삽화를 그리는 사람)입니다. 모리스 샌닥은 무신론자였지만, 그의 부모는 폴란드계 유대인이었고, 홀로코스트 기간에 죽은 친인척들로 인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책이 금서가 된 이유는 내용 중에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라는 내용과 마법이 등장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서입니다.


<깊은 밤 부엌에서>는 1970년 출판되었고, 1971년 칼데콧상※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좋아하는 캐릭터 미키마우스에서 이름을 따온 '미키'가 주인공으로, 유머와 재치 넘치는 대사,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모리스 샌닥의 3부작 중에서 가장 어린 시절의 경험을 테마로 한 그림책으로서, 요리사가 오븐에 남자아이를 요리하려고 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언급이라고 했습니다. 미키의 엉덩이, 성기가 드러난 몸 때문에 금서가 되었다고 합니다만, 동의가 되지는 않습니다.
※ 칼데콧상(Caldecott Medal)은 1938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문학상으로, 매년 미국에서 전년도에 출판된 아동 대상의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함.
※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로, 일반적으로는 사람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죽이는 행위를 의미함.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모리스 샌닥의 3부작 중 나머지 도서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도 금서가 되었는데, 이 세 권의 책은 모두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다양한 감정(위험, 지루함, 두려움, 좌절, 질투 등)을 능숙하게 다루고, 삶의 리얼리티를 획득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도 금서였다
미국의 카투니스트(Cartoonist, 풍자·시사·유머·카툰을 그리는 작가)이자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 윌리엄 스타이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의 원작 그림책 <슈렉>의 작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아벨의 섬> 그리고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 그의 대표작입니다. 이 중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으로, 아마 치과에 가기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이 많이 구매한 것 같습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은 1970년 칼데콧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 경찰관을 돼지로 그렸다는 이유로 일부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권정생의 <몽실언니>,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금서가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본 시간이었습니다.


금서 지정은 시대 상황, 한 사회의 가치 기준에 의해
지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잘 팔리고 있는 도서가 현재 시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한때 금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당시의 시대 상황, 사회의 가치 기준 때문이므로, 지금 시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금서는 시대를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맞지만, 나중에는 틀릴 수도 있는 것이 사회의 가치 기준입니다. 그래서 금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며, 쟁점은 ‘독자 보호’와 ‘책 읽을 권리'로 양분됩니다. 최근 금서로 거론된 책들은 성소수자나 인종 불평등 그리고 성 관련 영역이 많습니다.
지금은 금서로 지정되었지만, 시대가 바뀌면 금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금서냐, 금서가 아니냐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기보다는 독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평생교육 현장에서 계속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글 | 박종금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