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평등 인식 제고를 위한 2024년 고양시 성평등기금 지원사업 “옛 그림 속 양성평등의 재해석” 12회기 프로그램이 활기차게 문을 열었습니다. 2024년 4월 22일부터 7월15일까지 매주 월요일 10:00∼12:00, 고양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양성평등’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시대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라, 강의실은 기대에 찬 교육참석자 내·외국인들로 첫날부터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고양시 주관, ‘사단법인 국제문화예능포럼’ 주최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옛 그림을 살펴보며 성 불평등의 요소들을 찾아보고 현대의 관점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회기별 강의 주제와 내용을 심도 있게 구성하여 참석자들에게 제공한 대표님 이하 관계자분들의 수고에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립니다.
양성평등과 성인지 개념 확립을 위한 강의는 경험이 풍부하시고 실력 있는 전문 강사님께서 진행하였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생각의 필요성 및 합리적 사고를 보유할 것을 설명했는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생활 주변의 사례를 통하여 흥미롭고 우리들의 생각이 어느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한지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일깨워 주었습니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 체크를 위한 항목을 설명하며 프로그램 참여자들도 스스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일상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성별 고정관념,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의미합니다.
양성평등을 부르짖으면서도 우리 각자가 성차별적 요소를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우리들의 삶의 현장에서도 이런 불평등한 요소들이 없는지 살펴보고 작은 것부터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나라 옛 그림을 통한 수업이었습니다. ‘고양민화협회’ 민화 전문 강사님들로 구성되어 민화에 대한 기초부터 시작하여 여러 작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감상하며, 익숙한 그림이었지만 강사님의 깊이 있는 설명으로 그림 속에서 의미하는 것들을 알게 되니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실기가 진행되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큰 특징입니다.
직접 옛 그림인 민화를 그려봄으로써 그림의 소재가 주는 정겨움, 토속적인 매력에 교육생들은 대부분 처음 작품들이라 어려워했지만 집중하며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까치호랑이’를 직접 초 뜨기하고 색을 덧입히면서 붓과 먹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주는 매력은 모든 사람이 친근하고 해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섭다는 호랑이의 이빨을 채색할 때는 모두 가장 선명한 붉은색을 선택하여 날카로움을 나타내려고 했고, 눈동자의 검은 빛을 그려갈 때는 초집중한 모습으로 모양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참가자들의 ‘까치호랑이’는 개성이 뚜렷한 나의 유일한 ‘까치호랑이’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다음 작품은 조선후기 화가인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해설해 주시고 감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미인도」 작품에는 왼쪽 상단에 신윤복 자신이 적은 화제가 있습니다.
“가슴속에 서린 만가지 사연을 붓끝으로 능히 전신했는가?’라고 묻고 있는데요. 질문 형식이지만 자신의 그림 속에서 그 사연을 느껴보라는 화가의 자부심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족자에 밑그림이 있는 것을 제공받아 아주 쉽게 「미인도」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들이 바라보는 「미인도」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색깔을 선택하여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미인도」의 미인은 가채와 노리개로 개성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치마를 바지로 변형시켜 완성한 예도 있고, 화장과 귀걸이로 치장을 한 미인도도 있었습니다. 풍성한 치마와 몸에 꼭 끼는 짧은 저고리를 다양한 색깔로 표현을 해 완성했습니다. 모두 저마다 다른 생각들로 2회에 걸쳐 완성된 「미인도」는 정말 한결같이 흠잡을 데 없이 개성 있고 아름다움의 극치인 미인들이 날개를 달고 태어났습니다.

각자의 해석으로 재탄생한 「미인도」에 저마다의 화제를 작성하였습니다. 작성된 화제의 의미를 한 사람씩 발표하면서 함께 공감하고 서로에게 격려하며 응원 해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선시대 여인의 모습을 누구보다 다양하게 표현한 신윤복 화가가 「미인도」 채색 작업 결과를 본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시간, 멋진 화제들이 포함된 우리 「미인도」에 아마도 ‘멋지다! 아름답다!’라고 큰 박수로 응원해 주실 것 같습니다.
양성평등이라는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 남녀들을 향하여 두 거장은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성평등에 대한 건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각종 폐단으로 이 시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양상들을 보며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남녀노소들의 표정과 모습들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이 시대가 여전히 불평등으로 인하여 여유도 해학도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사님은 양성평등 주제에 맞도록 남성 화가에 뒤지지 않는 이 시대 여류 작가인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에 대하여 배울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특히,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화폐 오만 원권에 등장하는 인물인 신사임당에 대한 강의는 매우 관심을 끌었습니다.
신사임당은 조선전기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서 시·그림·글씨에 능하신 화가이며, 7세 때 안견의 그림을 모방하여 산수도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에 있어서는 산수, 포도, 대나무, 매화, 화초와 벌레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재를 즐겨 그렸습니다. 총 8폭으로 구성된 「초충도」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했지만 각각의 소재가 주는 의미는 다산, 다복 등 그 시대 여인들의 소망 등을 섬세하게 표현을 한 것 같습니다. 「초충도」에 등장하는 소재에 대한 세심한 설명을 듣고 나니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초충도」를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사임당은 현재 40여 점의 작품이 알려져 있는데 작품의 공통점이 낙관이 없다는 점입니다. 낙관이란 자기 작품임을 분명히 나타내는 도장 같은 것인데요. 뛰어난 솜씨를 겸비했지만,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여성 화가가 감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아픔이요, 슬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4년 오늘 우리들은 남녀를 떠나 대부분 서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2회에 걸쳐 만들어 갈 우리 각자의 「화훼도」가 완성되면 낙관을 찍으라고 강사님은 말씀하십니다. 낙관은 나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표시일 것입니다.

이번 프로그램 12회기 과정을 모두 마친 후, 교육 기간 동안 화가로 활동한 모든 참석자의 민화를 모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그간 12회기 교육활동을 개인적으로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참석자들의 발전된 생각들이 그림 한 점마다 의미 있게 새겨져 있어서 정말 기대하게 되는 전시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양성평등이 당연히 요구되는 세상에서 우리가 정말 주체적인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좀 더 민감해야 할 것이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을 멋지게 표현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남녀 서로 다르지만 존중하며 배려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옛 그림 속 양성평등의 재해석” 프로그램이 옛 그림을 통해 그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조금은 멀리했었던 우리의 옛 그림 속 지혜들을 마치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면서 지혜롭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소망을 마음에 품어 봅니다.
글 | 서경자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