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큼 다가온 겨울의 기운을 느끼는 11월 두 번째 수요일, 오전 10시.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3층 강당에서는 아람누리도서관이 주최하는 인문학 강좌 「들어감: 작가의 세계로」 일환으로 은희경 작가를 초청하여 ‘산문쓰기의 즐거움’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은희경 작가는 1994년부터 일산에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민입니다. 최근에는 고양시에서 주최한 일산호수공원에서 출발하여 행주산성을 거쳐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2023 전국걷기대회’에도 참가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해맑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1959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생했으며, 전주여고,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를 거치고 1995년 36살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이중주〉가 당선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그 해에 첫 장편인 〈새의 선물〉을 발표하면서 일약 스타로 등극했으며, 후일 신경숙, 공지영 작가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트로이카로 불리게 됩니다. 대표작은 〈새의 선물〉이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 등 다수가 있습니다.
북토크는 은희경 작가의 두 번째 산문집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졌습니다. 대단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약간은 위악적이고 냉소적인 작품세계를 갖고 있으며, 세상과 인생을 특유의 삐딱한 시선으로 심각하지 않은 문장을 통해 예리함을 드러냈습니다. 그 분위기에 맞춰 북토크 현장이 진중함과 진지함이 묻어나왔습니다.

책 내용 일부를 소개합니다.
<i>“지난 3년 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2019년 겨울 이후. 많은 사람이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 낯선 시간을 건너왔고 여전히 거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또 그러는 동안 아마 조금쯤은 변했을 것이다. 늘 시간에 쫒기고 집밖으로 나돌던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i>
<i>-중 략-</i>
<i>오래된 물건 앞에서 생각한다. 나는 조금씩 변해서 내가 되었구나. 누구나 매일 그럴 것이다. 물건들과 시간과 함께하며 시작된다.</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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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초보가 된다는 것은 여행자나 수강생처럼 마이너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지점에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이 들어가는 것, 친구와 멀어지는 것, 어떤 변화와 상실, 우리에게는 늘 새롭고 낯선 일이 다가온다. 우리 모두 살아본 적 없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 그러나 ‘모르는 자’로서의 행보로 다가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훈련 한두 개쯤은 해봐도 좋지 않을까.”</i>
문학은 늘 열어놓고 서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은희경 작가는 기억력이 좋아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엉뚱한 상상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숫자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허술함도 있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많은 에피소드가 생성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론 무섭거나 두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산문은 민낯으로 만나는 것이며, 에피소드를 통해 생각을 담는 작업이기에, 솔직하게 쓰되 의도는 분명하게 표현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일기와는 구분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고양시민들과 함께한 은희경 작가의 북토크는 〈또 못 버린 물건들〉을 일깨우며, 작가의 세계로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안녕, 나의 지나간 시간들아.
글 | 김기섭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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