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르신들 사회로 돌아가게 하는 단단한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
지구온난화 때문일까요.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이라는 9월의 하루, 정발산 저동초등학교 앞 노인사회참여전문기관인 고양실버인력뱅크를 찾았습니다. 인터뷰 장소로 들어서자 청아한 우쿨렐레 소리가 들려옵니다. 옆 교실에서 진행되는 수업입니다.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어르신들의 몰입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고양실버인력뱅크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는 이민희 사회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송은비 고양시 평생교육과 평생교육사(이하 송) : 안녕하세요. 이민희 사회복지사님. 고양실버인력뱅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민희 고양실버인력뱅크 사회복지사(이하 이) : 고양실버인력뱅크는 고양시 건강한 노인문화 확립을 위하여 노인교육, 자원봉사, 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는 노인사회참여전문기관입니다. 2004년 노인자원봉사센터가 만들어지고 어르신자원봉사학교로 시작해 2006년 고양실버인력뱅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노인의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활용한 일자리를 발굴 및 제공하고 상담, 교육,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어요. 현재는 정발산센터와 원당센터 총 2곳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르신 사회 재진출 위한 다양한 교육 사업과 봉사 활동 지원”
송 : 고양실버인력뱅크라는 명칭을 들으면 기관에서 하는 일이 어르신들의 직업 찾기에 중점을 두고 운영된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홈페이지를 보면 사회 공헌단과 아카데미로 프로그램이 세분화되어있더라고요.
이 : 아카데미는 사회 재진출을 위한 교육 분야고요. 사회공헌단은 어르신들이 교육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을 통해 재능도 개발하고 사회와의 접점도 늘리는 취지예요.
아카데미는 전문 교육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어르신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어요. 자격증 취득도 활발한데요. 작년에는 종이접기 지도사, 방과 후 아동 지도사 자격증 반을 개설해서 보육기관 취업을 지원했어요. 이렇게 사회 재진출이 일어나기 까지 봉사 활동이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게 하는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회 공헌단의 경우 어르신들의 경륜과 재능을 사회 공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지역 사회 내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지역 축제에 마술, 인형극, 음악 공연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세요.

송 : 어르신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접하고 오실까요? 홍보 채널을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이 : 현수막을 고양시 곳곳에 걸기도 하고, 리플렛이나 홍보지를 만들면 주민센터 같은 공공기관에 배치하고요. 기존에 수업 들으셨던 어르신들께도 홍보하기도 해요.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재수강율도 높고 친구 분들을 함께 데려오시는 비율도 높아요. 비슷한 수업들이 많음에도 우리 기관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노인을 ‘know-人’으로, 젊어봤던 선배 시민의 연륜과 경험을 사회로 나눌 필요”
송 :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나이에 대한 다양한 개념 변화가 있어왔고 새로운 용어도 많이 생겼는데요. 새로운 중년이라는 의미의 ‘신중년’이 미국에서는 ‘영 올드’, 일본에서는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린다고 해요. 기존의 나이 듦이 아닌 건강한 연장자로 새로운 배움과 일에 도전하는 세대를 말하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고양실버인력뱅크 운영목표가 인상 깊었습니다. 노인을 ‘know-人’이라고 표현하며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교육 사업에 방점을 찍었더라고요.
이 : “너희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라는 노래 가사도 있잖아요. 제가 만나는 어르신들은 누구보다 인생 경험이 풍부해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야말로 선배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부터 노인, 노화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요. 노인을 ‘know-人’으로 표현한 이유는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고양실버인력뱅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을 지역 내에 전문적인 활동가로 양성해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송 : 지금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학습자로서 사회 재진출을 위해 재교육을 받으시는 건데 노인 학습자들만의 특성이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학습자도 궁금합니다.
이 : 어르신들은 배우고 싶은 분야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셔서 열정이 엄청나세요. 그런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요. 90세가 넘으신 ‘조용서’ 어르신은 실버인력뱅크에서 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우셨는데 영상에 관심이 많으셔서 서울까지도 배우러 다니셨어요. 봉사 활동이 있으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모습이 정말 저에게도, 많은 분들께도 귀감이 되신 분입니다.
“아흔 넘어서도 서울까지 배우러 다니시는 어르신 학습자 기억 남아”
송 : 취업까지 연계하는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분야에 취업을 하시나요?
이 : 어르신들이 보육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관련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시면 60세 넘는 분들 취업에 플러스가 되기도 해요. 어린이집 보육 도우미 등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송 : 전문가들은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은 교육학은 물론이고 사회학, 노년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주제라고 합니다. 특히 노인의 학력수준이 증가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된 현 시대에 새로운 노년 세대의 욕구에 맞춰 학습을 다양화, 다각화시켜야하는 과제는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입을 모으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현장에서 느끼시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이 : 실버인력뱅크에서도 교육 사업이나 봉사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 학력수준이나 사회 경험이 상당하신 분들이죠. 이런 분들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해 경험과 지식 수준을 사회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 고민하고 있어요. 매번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마다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이 어르신들과 현 사회의 변화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걸 느껴요. 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사회에도 필요한 교육을 늘 생각합니다. 사실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인생학교’ 등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 에 대한 철학적 고민 등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현장에서 깊이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식 학력 수준 높아진 어르신들 눈높이 맞춘 교육 프로그램 필요, 사회 변화도 고려해야”
송 : 사회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신다는 점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요즘 디지털화 되는 사회에 어르신 분들의 적응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수요 조사는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이 :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사용법 등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요. 젊은 세대는 당연한 듯 쓰는 다양한 기기가 어르신들에게는 미지의 세계일수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수업이 끝나면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이걸 더 길게 배웠으면 좋겠다,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다 등의 글이 있으면 반영을 하고 있어요.

송 : 말씀주신 것처럼 노년이라는 특정의 생애주기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학습자들과 소통하면서 고려하고 있다거나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이 : 요즘 어르신들이 예전과 나이 개념이 달라져서 매우 젊으시잖아요. 제가 매 수업마다 다 참여하지는 못해도 시간이 날 때 마다 수업에 가서 인사도 드리고 궁금한 점은 꼭 저한테 물어보시라고 자주 대화를 시도하고요. 그렇게 얼굴도 익히고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손녀처럼 더 친밀감을 갖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송 : 실버인력뱅크가 어르신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노인들의 외로움이나 고립감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인데 그 부분을 고민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어르신들이 교류를 하거나 동아리가 결성되는 사례도 있나요?
이 : 수업이 끝나고 나면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저희는 연습 장소를 제공해드리고 식사 자리를 독려한다던지 하고 있어요. 봉사 요청이 있으면 바로바로 연결해드리는데 어르신들의 열정이 늘 뜨겁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내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구나 느끼신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 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독감은 혼자 있을 때 더 심해지잖아요. 교육으로 매주 만나면서 또래와 소통하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렇게 사회적 관계망이 구축되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가 되는 안정감을 느끼세요.
“네트워크로 고립감 탈피, 행복한 노년 지원해야”
송 : 앞으로 고양실버인력뱅크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하시나요?
이 : 어르신들이 체계적인 교육으로 사회 참여를 통해 지역 사회 내에도 공헌하고 노년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실 수 있도록 하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사회에서 존경받고 사랑받으면서 받은 사랑을 나누는 어르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자기 개발로 사회에 역할도 하고 변화하는 사회와 사람을 배우고 서로 끈끈해지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되길 바랍니다. 지역과 기관, 국가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송 : 고양실버인력뱅크가 어르신들의 사회로 나가는 멋진 징검다리가 되길 응원합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오니 우쿨렐레 소리가 들려오던 방에서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나의 재능을 사회로 환원하려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고양시 곳곳에서 어르신들의 멋진 활동을 보고 싶습니다.
○ 고양실버인력뱅크 홈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gysilver.com/
글 | 임수정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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