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의 행복한 삶 위해 교육은 필수”
“생각이 난다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6월 15일 목요일 오후, 중산동 풍산프라자 8층 건물 복도에 흥겨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살그머니 문을 여니 어르신들이 강사의 지도에 맞춰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나훈아의 ‘홍시’가 끝나자 요즘 대세 중의 대세인 임영웅의 노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가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가락의 노래에 따라 어르신들의 목소리도 함께 감미로워집니다.
2017년 ‘장애인 평생학습학교’로 힘차게 문을 연 ‘고양어울림학교’는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검정고시, 문해·직업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 중입니다. 장애인 평생교육의 필요성에 누구보다 공감하며 학교를 운영하는 이운자 교장과 이경자 교감을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 인터뷰했습니다.

(이운자 교장과 이경자 교감)
“적령기에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 지식과 마음 채워 주려 시작”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호석)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교장선생님. 먼저 ‘고양어울림학교’를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운자 고양어울림학교 교장(이하 이운자) : ‘고양어울림학교’는 2017년 개교한 장애인 평생교육 전문학교입니다. 정규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이 배움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출발했어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력 보완부터 문해교실, 문화 예술 교육, 직업 교육을 함께하고 있어요.
저는 세 살에 소아마비로 장애를 얻었지만, 부모님의 교육열로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교육받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장애가 있는 분들이 학령기에 공부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현실이지요. 2019년 장애 통계 연보를 보면 장애인 56.9%가 중졸 이하의 학력으로 조사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가 학력 인정도 받을 수 있도록 그들을 돕고, 검정고시를 함께 준비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이경자 고양어울림학교 교감(이하 이경자) : 저는 ‘고양어울림학교’ 교감 이경자예요. 사실 저랑 교장 선생님은 자매예요(웃음). 그동안 강남에서 오랫동안 학원을 운영했는데요. 아이들도 다 키웠고 존경하는 언니와 함께 의미 있는 삶을 일구고 싶어서 ‘고양어울림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김호석 : 제가 처음 교장선생님을 뵌 것은 이곳이 아닌 조그만 공간에서 장애인을 대상 교육을 하시던 모습이었어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고양어울림학교’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이운자 :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삶을 살기 위한 필수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우리는 보통 나를 힘들게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배우잖아요. 장애인도 똑같은 방식으로 배워서 삶을 채울 힘을 갖춰야 해요. 제가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 점이 있어요. 힘든 과정을 겪어 온 장애인들은 누구보다도 삶의 경험과 지혜가 두텁다는 사실이지요. 평생교육은 여기에 행복한 삶을 덧칠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경자 : 우리 ‘고양어울림학교’에서는 검정고시 합격자들을 많이 배출했어요. 다른 곳에서 10년 동안 이룬 성과 이상이지요. 일반인과 다를 것 없이 대학에도 진학하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장애인들도 배워야 직업을 가지고 사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요. 그것이 우리 ‘고양어울림학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목소리를 내려면 교육이 필수… 나의 삶을 준비한다.”
김호석 : 이곳에서 만났던 학습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이운자 : 모든 분이 정말 다 기억에 남죠. 이곳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분들이 오시는데요, 그중에서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배움을 이어오신 이연숙 님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그분은 후천적 척추 장애가 있으면서도, 조손 가정의 가장으로 손주들을 돌봅니다. 몸도 불편하고 바쁜 와중에도 학교의 모든 학습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합니다. 현재 초등 검정고시에 계속 도전 중인데, 최근엔 1점 차로 떨어져서 모두들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이연숙님은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있답니다.
이경자: 우리 교장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에요. 언니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장애인 평생학습은 열정과 나눔 정신없이는 지속할 수가 없어요. 저도 그 열정에 감복해 대학원에서 관련 전공을 시작했지요. 지금은 현장에서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김호석 : ‘고양어울림학교’는 특히 발달장애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운자 : 가정에 발달장애인이 한 명 있으면 두 명이 경제 활동을 못 한다는 것 잘 아시죠? 당사자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비용 차원에서도 발달장애인의 돌봄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삶이 사회의 쟁점이 된 게 얼마 되지 않아요. 발달장애인에게는 교육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요. 저는 설령 교육 효과가 미진하다고 해도 계속 함께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그 속도는 더디지만, 발달장애인의 변화는 현장에서 분명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발달장애인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서 적절한 교육으로 사회와 분명한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우리 ‘고양어울림학교’에 재민이라는 학생을 소개드리고 싶어요. 재민이는 그림에 정말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볼 때마다 감탄하지요.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는 재민이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에요. 그 표정은 저를 비롯한 주변을 감염시키고, 저의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하죠.

이경자 : 우리 세대가 발달장애인 교육에 힘쓰고 가능성을 발견하면 젊은 세대는 더 함께하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도 더 행복해질 거고요.
김호석 : 장애인 교육의 효과가 대상에게만 있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부모와 형제 가족은 물론 주변 학습자에게도 모두 효과가 있겠죠.
이운자 : 맞아요. 저는 당장은 교육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변화의 지점을 지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며 변화의 가능성 느껴… 가족의 삶을 위해서도 교육 필요”
김호석 :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현장에 계시면서 제일 절실하게 느끼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경자 : 장애인 평생교육은 교육과 복지의 개념이 복합되어야 해요. 이걸 구분해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데는 제약이 많이 따라요. 이동권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부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은 돌봄과 보호가 함께하는 개념의 시설을 원합니다. 그래야 가족의 경제 활동이 가능하고 가정이 유지되거든요. 정책을 개발하는 분들이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호석 : 두 분의 말씀을 들으니 ‘고양어울림학교’가 참 중요하고 소중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분에게 평생학습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운자 : 평생학습은 삶을 완성하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배움으로 삶을 이어가요. 배움이 멈추면 삶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도 모르는 게 있으면 배워야 하는 게 맞아요. 자기 삶에 갇혀서 힘든 장애인들에게 배움이라는 열쇠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문을 열게 해 줄 수 있어요.
이경자 : 저는 언니를 따라 ‘고양어울림학교’에 와서 참 많은 일들을 경험했는데요. 우선 나누는 행복감을 배웠어요. 사실 이곳에서의 업무 강도는 정말 만만치 않아요. 서류 작업은 기본이고, 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과 부대끼는 일도 많죠. 한번은 스승의 날에 한 학습자분이 스물다섯 명 정도 되는 학생이랑 구성원들이 함께 먹을 밥이랑 김치를 해오신 거예요. 펼쳐놓은 것을 보니, 새벽부터 힘든 몸으로 부산했을 모습이 상상이 되더군요. 조금은 울컥하면 ‘아, 이게 나누며 함께 어울리는 세상이구나. 우리 고양어울림학교 이름이 여기에서 온 거구나’하고 생각했죠.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때마다 힘든 걸 싹 잊는답니다.
이운자 : 어울려서 얘기하는 게 배움이죠. 그분들한테는 여기가 행복의 공간이고 사랑방인 거예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비행기를 처음 타 본 분들이 감동해서 우는 거예요. 수학여행이 뭔가요. 바로 배움 여행이잖아요. 그런데 신체적 제약, 사회적 제약을 뚫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죠.
이경자 : 저희가 학교를 운영하면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상장이나 임명장 같은 걸 참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그 이벤트가 학생에게는 큰 기쁨이에요. 학습을 통해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죠. 배움상, 행복상 등 여러 의미를 담은 상을 많이 드리는데, 가을마다 여는 전시회나 성과 공유회도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는지 몰라요. 그동안 배운 것을 드러내고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큰 학습입니다.
김호석 : 앞으로 ‘고양어울림학교’가 어떤 의미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시나요?
이운자 : 저는 ’고양어울림학교‘를 만들면서 이곳이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사랑방이 되길 원했어요. 코로나 기간에는 학교가 열기만을 바라면서 몇 시간을 이 앞에서 기다린 학생들도 있었어요. 이런 학습자들의 마음을 소중히 여기는 공간이 되길 원해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노래 수업은 끝나고 국어 수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노트에 또박또박 글씨를 써 내려가는 학생들의 집중한 어깨 사이로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잘하고 계세요. 이렇게 천천히 의미를 생각하면서 쓰면 돼요.”
학교 벽에 걸린 학생들의 시화와 그림, 공예품들을 둘러보며 함께 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천천히 함께 스며들고 어울리는 ‘고양어울림학교’의 아름다운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글) 임수정 사부작 사부작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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