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날이 밝았다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그 태양은 아니다
겨울 산등성이로 불어가는 바람이
지난 밤에 불던 바람이 아니다
...’
김사랑의 ‘새해의 시’ 중에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어제 뜨던 그 태양을 맞이하러 새해 일출을 보러 가고는 한다.
이런 해맞이에 늘 새로운 다짐을 빠뜨리지 않는다.
2021년, 고양시 거점평생학습센터로 지정이 되면서 여러 변화를 대면한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
기후환경 관련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기후위기 대응 감수성을 높였던 고양 YWCA 이경애 사무총장
공공도서관 수탁 운영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명함으로 2021년 한해를 동분서주 보낸 일산도서관 박미숙 관장
고양시 평생학습 브랜드인 ‘몇시학교’ 운영으로 한 해를 꽉 채운 사회적협동조합 마당 이성한 이사장
지난해 평생학습이라는 매개로 다양한 변곡점을 변화와 발전으로 승화시킨 4인방이 모였다.
어느새 새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2월을 앞두고, 서둘러 새해맞이를 해 보기로 한 것이다.
김호석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 : 이렇게 네 분이 한자리에 있는 장면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다 보니 더욱 반갑고 또 감사합니다. 오늘은 지난해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소감도 나누고 올해는 어떤 바람이 있는지 듣고 싶어 모셨습니다.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이하 박) : 제게 작년은 큰 변화가 있었던 해였어요. 명함이 바뀌었죠. 공공도서관을 맡게 되면서 여러 시도와 도전을 했었어요. 기존의 도서관 문화에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고민하던 한 해였어요. 도서관이 평생교육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고민이 부족했음을 실감해왔었어요. 그러한 부족함을 일산도서관에서 채워나가려고 하고 있죠.
김 : 관장님 오신 후로 일산도서관이 유명해졌어요. 공무원들이나 타 단체에서 SNS 관리하는 것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거 아세요? 롤모델로 삼아 잘 보고 배우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관장님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박 : 음.... 자유롭게 움직이던 제가 발목 잡혀있는 기분이죠.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니깐요. 반면 일반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라 사람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장소지요. 덕분에 많은 경험을 하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경애 고양YWCA 사무총장 : 전 쉬는 날이면 책 읽으러 도서관을 가요.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마력이 있는 장소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어요. 박 관장님이 참 좋은 곳에서 좋은 일을 하신다 생각해요(웃음).
저는 기후 위기를 맞이하면서 일상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위기 대응을 일상으로 어떻게 잘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YWCA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활동을 하면서 한 해가 금방 지나갔어요.
해결해야 할 사회적 이슈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평생학습 영역의 촘촘한 설계와 공감의 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교육 소외계층을 다양한 분야에서 흡수할 수 있는 체계적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절감했던 한해였습니다.
남윤숙 한양문고 대표(이하 남) : 2021년에 한양문고는 거점평생학습센터가 되었어요. 그 전,후를 비교해보자면 프로그램의 확장성 효과를 확실히 느꼈던 것 같아요. 학습비를 받고 80%이상 출석자에게 도서 상품권을 드렸었어요. 참여자들이 아주 만족해 했어요. 학습비를 내고 책으로 돌려받는 패턴이 꽤 큰 반응이 있었거든요. 거점평생학습센터가 선정되기 전에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었죠. 수강료를 받는 체계에서는 많은 고민을 담을 수 밖에 없거든요. 지원을 받고 나니 기획에 집중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이성한 교육문화네트워크 마당 이사장(이하 성한) : 모두 아시겠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몇시학교 덕분에 여러모로 바빴죠. 주어진 적은 예산과 짧은 운영 기간, 코로나라는 변수 등이 나름 큰 스트레스였지만 마무리를 하고 나니 시원 섭섭하네요. 아쉽기도 하구요.
고양시의 평생학습의 체계적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 그간에 진행해 왔던 방식이 올해는 달라지고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발전을 위해 적절한 변화가 필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고양시의 평생학습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아직 평생학습의 탄력적인 운영, 자율성, 확장성의 안정화를 꾀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 걸음씩 성장하는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작년엔 민주시민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성공리에 마쳤어요. 그런데, 지역에서 수료자들의 활동을 어떻게 계획하고 담보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역시 직면할 수 밖에 없었죠.
이 부분은 민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역부족이죠. 거버넌스의 체계 안에 있지 않다면 양성과정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요. 이것이 새해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 : 양성과정 수료자들, 즉 지역에서 배출된 사람들의 활동의 담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공론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적극 동감을 합니다.
성한 : 그래서 교육문화네트워크 마당을 만들었어요.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연대하기로 한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의 협력과 체계가 지원되지 않으면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김 : 다양한 강사의 활동영역, 강사료 등에 대한 고민을 현장에서 개선하려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내어주시고 목소리를 합해 주셔서 2022년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교육소외,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해결은 늦춰지면 안되죠.
교육소외,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고민과 해결은 늦춰지면 안되죠.
이 : 코로나를 직면하면서 비대면 학습방법의 전면 시행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더이상 늦춰지면 안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비대면 학습이 일상화되기 전 먼저 시행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노년층은 소외대상일 수 밖에 없잖아요. 요즘은 많은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생활 디지털 활용 학습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있거든요. 체계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제안을 하자면, 소규모 학습모임, 동아리 운영이 가능한 프로그램지원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인원이 적더라도 의지를 가지고 모임을 지속하는 그 생명력에 우리는 힘을 보태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작은 동아리들이 결국 평생학습도시의 에너지원이 되는 거 아닐까요?
김 : 네. 코로나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세부적인 분야별 교육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어야 하고 제공되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아직은 전 분야, 영역에 걸쳐 계획이 실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매장마다 사용되는 키오스크의 모델이 상이하고 계속 바뀌고 있어서 키오스크 사용에 관한 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과 체계적 교육이 요구되고 있어요.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비대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소수 참여 인원일지라도 대면 형식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인거죠.
그리고, 올해부터 학습마일리지를 실시합니다. 포럼, 세미나, 기후 환경 관련 활동 참여 등을 마일리지로 누적할 수 있을 거에요. 기후 환경에 관련된 참여와 실천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봅니다.
박 : 2022년 평생학습 계획을 보니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전 이게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씨앗을 뿌렸다면 올해는 열매를 거두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요? 때에 따라 변화보다 유지와 관리가 더 중요한 거잖아요.
고양시 평생학습카페도 이미 홍보가 많이 되어서 꽤 알고 계시는 듯해요. 다만 이제는 단발성 이벤트에서 지속학습으로의 전환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참여자가 단순히 학습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돌아보고 또 내 일상의 변화가 생기는 기회가 되는 거죠. 이러한 학습이, 기회가 촘촘해지는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린 흔히 지구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치죠. 지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해치지 않는 기본을 장착하고 일상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평생학습의 과제를 실행하는 해가 되면 좋겠어요. 소외되는 사람이 없이, 누구나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열린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상상해봅니다.
소외계층을 줄이는 방법은 그들과 함께 하는 일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거죠. 디지털 리터러시를 포함해서 모두가 함께 하는 일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평생학습이 스며드는 사회가 곧 오겠죠?
김 : 소외계층의 대상화 기준을 어떻게 잡는냐에 따라 문제도 해결방법도 많이 다를 수 있는데요. 프로그램 자체가 대상의 접근이 어렵게 설계된 것도 있을 수 있고요. 정보 전달에서부터 소외가 발생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어요. 정보가 어디에서 단절되는지, 구체화된 참여 대상들의 노출되지 않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잘 파악해야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느낀 또 다른 점 있을까요?
남 : 한양문고에서 인문학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요. 생각보다 평생학습이 많이 전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보기엔 많은 사람이 평생학습이 뭔지 아직 잘 몰라요. 전체적인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봅니다. 적어도 정보 전달에서의 소외는 작은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정보 소외 자체가 큰 이슈가 되면 교육 소외라는 것이 문제의식으로 표면화될 것 같단 생각입니다. 그래서, 한양문고는 올해부터 온라인 프로그램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결정한 건 여러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수라도 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을 중심 방향으로 잡으려고 해요.
성한 : 정보획득력에 따라 참여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확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영역과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면 우리가 찾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소외계층을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능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거죠. 프로그램의 접근성 중에 정보 획득력, 교통 편의성은 능동적 대처와 진행을 통해 그 경계의 일부는 허물 수 있다고 봅니다.
특례시다운 촘촘하고 체계적인 평생학습의 틀을 마련하는 원년이 되길...
김 : 모두 좋은 의견들을 주셨는데요. 2022년, 고양시 평생학습에 구체적인 바람을 말해본다면요?
성한 : 행복학습정원사, 평생교육사 등 평생학습 생태계의 기초가 되는 인적자원의 활성화와 관리의 안정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적자원의 발굴, 양성, 운영, 관리 등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는 고민해오던 이 부분의 실천이 조금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박 : 지금 말씀하신 활동가로 불리는 인적자원들이 촘촘한 설계가 생기기 전인 초기 단계에 활동하게 되면서 애매한 위치에서 존재하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내부에서도 층위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고요. 매개 인력들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전문가로 끌어 올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그들의 능력을 어떻게 필요한 현장에서 빛을 발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효적 방안도 제시되어야 하고요.
여러 양성과정에서 배출된 매개 인력들이 이미 정체되어 있잖아요. 좀 더 높은 활동가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각 개인의 영역,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경계를 만들어야 해요. 물론 개인이 아닌 민관의 차원에서 말입니다.
성한 : 전 평생교육 전문가가 아닙니다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네트워킹이 잘 되어 평생학습의 발전으로 번져나가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시민으로서 가져봅니다. 수원의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조례나 오산의 평생교육 발전 상황 등을 보면서 고양시도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고양 특례시답게 평생학습의 촘촘한 체계를 구축하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박 : 협치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전 협업이라는 단어로 쓰고 싶어요. 관과 협업을 하면 좋겠어요. 촘촘하지 않고 성글더라도 그물망이 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봐요.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낱개로 개별화되는 것이 아니라 엮어있는 구조, 같이 할 수 있는 기반, 민관이 함께 엮어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그 그물망이 형성되기를 바라요.
남 : 도서관이 도서 큐레이션과 같은 도움이 필요한 때 연계되는 기관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프로그램을 매개로 함께 협업한다는 생각은 못해 봤어요.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상호 연계되는 그리고, 협업하는 관계라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신념과 가치를 지키며 나누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 오늘 함께 모인 이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생색내지도 않고 말이다. 그들의 인생 면면을 알리 만무하지만,
바쁜 시간 쪼개어 만나 나누는 진한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과 진지한 눈빛에서, 그리고 순진한 아이마냥 번져가는 미소에서 기자는 알 수 없는 든든함과 신뢰가 생겼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고민하고 협업한다면 성근 그물망이 촘촘해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기자를 그저 게으른 시민이라 치부하더라도 고마움은 서둘러 두둑이 챙겨 꼭 전하고 싶어지는 새해 어느 날 오후, 귀갓 길에 만난 예쁜 노을에게 먼저 고백해본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글/사진)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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