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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 [인터뷰] 평생교육 기획자 나경호, 김민애, 이지수

시스템관리자 2026-03-11 11

[정담] 평생교육 기획자 나경호, 김민애, 이지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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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잘 노는 친구들이 재밌게 사는 법


기원전, 기원후를 일컫던 BC. AD 표기가 무색해지고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로 시대를 구분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을 채워가고 있다, 이젠 WC(With Corona)가 등장했으니 이러한 세상의 급변함을 따라가기 숨차다. 진작부터 ‘평생학습이 일상’이라는 말을 외칠 필요 없이 이미 일상에 평생학습이 없이는 현대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한편에서 이렇게 불안과 염려를 늘어놓는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부작사부작 재미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조차 또 다른 기회로 삼아 자신의 일상을 넘어 연령과 영역, 계층을 넘나들며 평생학습을 기획하고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가늠을 할 수 없는 이들이다. 고양시에선 많은 사람에게 이미 선한 영향을 주고 있어 온·오프라인의 인플루언서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11월의 내리막길에 행복한 데이트를 했다. 같은 듯 하면서 절대 같을 수 없는 3명의 기획자를 어렵게 한 자리에 모셨다. 교집합이 생길 수 없는 바쁜 일정을 여러 번 조율 끝에 황금같은 일요일 점심시간을 내어주었다. 고마운 마음을 짜장면으로 대신하고 인터뷰인지 미니 토크쇼인지 모를 즐거운 시간을 선물로 받았다. 

동네백수 나경호 #디자인, 편집, 글, 민주시민교육, 자치공동체, 생활문화기획 등... 정의하기 힘들정도로 하는 일이 많은 백수

튼 문화기획 대표 김민애

한양문고 이지수 실장

오늘 만날 이들을 기자는 청년기획자로 지칭하면서 인터뷰를 부탁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첫 질문이 이렇게 시작된다. 


김호석 평생학습센터 팀장 (이하 김) : 한자리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우선, 청년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인터뷰를 요청을 드렸는데요.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나 호칭이 있다면요?

나경호(이하 경호) : 음... 둘 다 아닌 것 같은데요? 청년인가요?(웃음) 기획자도 아닌 것 같은데요. 이전에는 청년이라고 하는 단어가, 같이 해줘야 하거나 힘을 실어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요즘에는 권리주장처럼 들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다 보니 당사자들이 오히려 그 단어를 꺼리게 되기도 해요. 청년창업, 청년취업, 청년주거 등에서 많이 지칭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 청년이라 하진 않아요.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특장점으로 호칭을 하지 나이로 구분짓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 청년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단어를 써서 자신을 표현한다면요?

경호 : 백수요! 

 : 백수를 정의한다면? 

경호 : 음.. 실업에 처하지 않은 동네사람? 딱히 수식어가 없어요. 전 이름이 좋아요. 

김민애 (이하 민애) : 노는 기획자 어때요?

경호 : 싫어요. 되게 멋져 보이려고 붙인 이름 같아요. 생활기획자? 굳이 붙이려면 그게 좋겠네요.

민애 : 동의!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이잖아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누구나 하고 있죠. 그래도 난 내 이름이나 별명을 불러주는 게 좋아요. ‘꾸야’라고 불리는 걸 좋아해요.

이지수(이하 지수) : 직함과 직업으로 불리는 건 싫어요. 누구의 누구. 그렇게 불리는 것도 싫고요. 이름이 좋죠. 그리고 전 지금 기획자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스스로 기획자라고 정의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기획자라 함은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정 분야에 깊은 지식이나 견해가 있어야 하고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획자라고 정의하기엔 아직 도구적 수행자라는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기획자 나경호


‘기획’에 진심인 사람들


민애 : 기획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함께 소통하는 네트워커가 기획자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단지 수단에 불과하죠. 프로그램을 매개이자 촉매제일 뿐이죠. 진정한 기획자는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굳이 명명하자면 ‘네트워커’ 또는 ‘네트워킹 협력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경호 : 난 팀에서 기획자로 일을 오래 해봤어요. ‘저런 것이 기획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점들도 많았죠. 그런데, 우리가 시장에 가서 장을 보더라도 동선을 파악하고 사야 할 품목을 정리하고 금액을 조정하는 등 사소한 삶의 장면마다 기획이 다 필요하죠. 아이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 놀러 가는 것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기획, 계획이 다 들어가 있는 건데 그렇다면 기획자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죠. 굳이 설명해야 한다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에 고민, 질문, 기획을 많이 가진 사람이 기획자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런데 정작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기획자라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저 열심히 사는 사람 정도로 스스로 생각하죠. 스스로 정의하기보다 주변에서 불러주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활동가도 마찬가지죠. 수 십년 동안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자신을 활동가라고 잘 하지 않아요. ‘백석동에 사는 아무개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죠. 먼저 스스로 기획자라고 자처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목적이 있어 보이는 듯 진정성을 부여하기 어렵죠.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앞세우는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 있어요. 

민애 :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부족할 때 출신과 배경으로 설명하듯 전문가적 느낌을 어필하고 싶을 때 쓰는 단어일 때가 종종 있어요. 호칭으로 상대의 정체성을 단정 짓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직업과 위치, 하는 일 등을 나타내는 호칭은 별로에요. 그런 의미에서, ‘고양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구현하려고 애쓰는 사람’ 정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기획자를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지수 : 너무 거창해요. 그냥 잘 살려고 애쓰는 사람정도로요.

민애 :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맨과 기획자를 혼용하거나 혼동하는 경우가 있죠.

 : 호칭에 대한 시작 질문부터 열렬한 대화가 오고 가는군요. 기획자를 정의해 주시기도 했고요. 그럼, 이제부터 이름으로 부르도록 하죠. 기획하고 운영했던 여러 프로젝트, 프로그램들 중에 가장 잘했다고 스스로 뿌듯했던 것이 있었나요? 있다면 어떤 건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경호 : 대체적으로 다 만족해요. 나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편이죠. 계획한 대로 의도한 대로 거의 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기획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프로젝트는 함께 인사이트를 받는 것 같아요. 서로 성장하는 거죠. 기획자도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가져야 잘 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확장되고 성장했는지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 전 아쉽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프로그램은 없어요. 민애 누나는 아쉬운 게 있었어?

민애 : 지금까지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 같아. 주엽커뮤니티에서 3년째 하고 있는 마을 사업도 너무 즐겁게 하고 있고 일의 과정이나 결정권자와의 궁합도 좋았어. 장기적 콘셉트의 사업도 진행하는 입장에선 힘들고 일이 많지만 내가 고집하는 원칙이 지켜지니깐 일이 재밌는 것 같아.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이렇게 일하지 못했겠지. 잘 안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억은 없어.


기획자 김민애


강사비... 섭외하기 미안할 정도.. 죄인 아닌 죄인의 심정...


 : 그렇다면 협의를 보는 과정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경호 : 사업의 취지나 목적, 원칙은 꼭 지키려고 해요. 그 범위 안에서 일을 진행하는 게 내 방식이에요. 그래서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없죠. 사람을 잃게 생겼으면 일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강사를 섭외할 때에는 좀 다른 문제죠. 강사비 책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섭외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와 닿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수 : 한양문고는 작가들 위주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기획하잖아요. 작가들을 강사 등급에 맞춰서 섭외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그럴 땐 죄인 아닌 죄인이 돼요. 

민애 : 맞아. 턱없이 제시하는 낮은 금액에 저절로 죄인이 되는 거죠. 공연비는 또 얼마나 미안한 금액이게요. 한 팀이 공연을 하면 아무리 아마추어라도 공연자로 초대한 부분에 상응하는 금액이 책정되는 것이 맞다고 봐요. 턱없이 낮아요. 

경호 : 강사비나 강사등급도 시민들이 기획과정에서 스스로 책정하면 좋겠지만,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 강사 등급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나쁜 사례를 막자고 순기능을 해치는 건 발전을 저해하는 거라고 봐요.

민애 : 줏대잡이는 올해 내가 처음 해 보는 용역사업이에요. 준비는 힘들었지만 참여자도 나도 모두가 즐거워요. 이런 사업은 사업이 목적이 아니라 계기나 매개가 되는 것이 맞다고 봐요. 만난 한 분 한 분이 지역 자원이고 또 너무 소중한 인연이라 앞으로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시키고 싶어요. 책임감도 느끼게 되죠. 아마 이런 보람과 기쁨 때문에 턱없이 낮은 강사비로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지수 : 난 처음부터 기획자로 투입된 것이 아니라서 예산이 삭감되는 경험이 너무 황당했어요. 적은 예산으로 어렵게 산출한 내역서를 회계과에서 계약과정에서 더 삭감해버리니 운영이 너무 난감했어요. 그런데, 저도 학교나 학생들한테 너무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면 모든 힘든 기억이 위로받는 것 같아요.

와인 인문학 수업을 들은 한 분은 이렇게 귀한 수업을 무료로 듣는다는 것이 너무 미안할 정도라며 책상정리까지 도와주고 가시기도 했어요. 이런 귀한 마음들이 애정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획자 이지수

 

힘들땐 나만의 툴킷을 꺼내 해소를 하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이 될 때가 있잖아요? 어떻게 해소하나요?

경호 : 난 힘든 상황에 대처하는 나만의 툴킷이 있어요. 클럽을 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절대적인 조율이 필요하죠.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처음 해보는 활동 등 처음이라는 것이 영감을 많이 줘요. 새로운 환경에 의지적으로 내 자신을 노출시켜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민애 : 난 맛있는 음식이나 커피에서 위로를 받죠. 예쁜 양말을 산다거나 말이죠. 엊그제 5만원어치 양말을 샀는데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나만의 힐링 포인트가 있죠. 그리고 세상의 트렌드, 관심사를 관찰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TV나 유튜브 등을 자주 보는데 새로운 것을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지수 : 난 한양문고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다행히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서 교류하는 즐거움과 성장이 멈추지 않는 곳이에요. 자연스럽게 지경도 넓어지고 배움의 현장이라고 할까요?

 : 보통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새로운 것을 찾는 방법과 연결되죠. 자신의 삶부터 훌륭히 기획을 하고 있는, 아주 잘 살고 있는 세 분을 만나고 있네요. 꿈이 있으세요, 세 분?

민애 : 난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살고 싶은 것이 꿈이에요. 이 상태가 행복해요. 한양문고를 만나게 된 것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인 것 같아요. 공동체, 마을살이, 지역사회를 알게 되고 성장한 곳이죠. 힘들 때 힘이 되어준 곳이에요. 내 삶, 기획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금이 참 좋아요.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개인으로 살래요.

경호 : 난... 꿈은 없어요. 단지 나경호라는 이름 석자가 많은 의미를 담은 단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경호라는 이름을 들으면 나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떠오르고 설명이 되어지면 좋겠어요.

지수 : 같이 노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같이 노는 삶이 되면 좋겠어요.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같이 배우고 성장하고 누리고 싶어요. 기획자도 즐기면서 하면 안되나요? 기획을 일처럼 하고 싶진 않아요. 


평생학습은 000이다.


 : 몇 개 안되는 질문에 많은 답을 해주셔서 더 질문을 안드려도 되겠어요. 구독자분들이 충분히 세 분의 생각과 열정을 읽어내셨을 것 같아요. 마지막 관문. 내가 정의하는 평생학습은?

민애 :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 그 자체가 평생학습이다.

경호 : 평생학습은 도달할 목표가 아니라 상태인 것 같아요. 나 자체가 평생학습이죠. 평생학습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니깐요. “나는 평생학습ing”

지수 : 계속 시대는 변하니깐 안 배울 수 없죠. 평생학습은 “열심히 사는 삶이다”


까르르 까르르 인터뷰 내내 웃는 소리가 경쾌하다. 아니, 명랑하다.

나경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그래서 언제나 평생학습ing 중인 동네백수 나경호.

관계 안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그래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이 즐거운 꾸야 김민애.

같이 놀고 같이 성장하는 삶이 꿈이라는 한양문고 사랑둥이 이지수.


이들은 제각각 다른 색을 내는 이 셋은 같은 결을 가졌다.

이들은 그저 창의적이고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청년기획자가 아니다.

그리고 직함도 과시할 만한 수식어도 마다할 만큼 이들은 더 값비싼 무언가를 지녔다. 

당당함과 열정.

이 둘을 이길 멋진 수식어를 누가 찾겠는가

 

학습을 매개로 삶이 변화되고 성장하고 또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제대로 된 평생학습을 제 삶 속에서 구현하는 찐 평생학습인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성장의 양분으로 삼고 함께하는 시간을 채우며 놀고 있는 동네친구들. 이들이 노는 동네에는 즐거운 학습사회가 이렇게 만들어져 가고 적당히 맛이 들어가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좀 더 당당히 그리고 열심히 놀아볼까’

11월 끄트머리에서 벌써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글/사진) 임수정(lej0731@hanmail.net)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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