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의 옛 번화가였던 원당. 원당이 새 옷으로 새 단장을 한다고 왁자지껄 분주하다. 원당 4구역 뉴타운개발로 변모하는 움직임이 이전의 원당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그래서였는지 오늘 취재할 장소를 못 찾고 헤맨다. 분명 아는 곳인데 어디로 갔을까?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은 나름 이 지역의 준 터줏대감 격인데 말이다. 뉴타운개발로 한창 공사 중이라 이사를 한 사실을 깜빡하고 헤맸다. 원당역 공영주차장 앞 예쁜 연두색 벽돌 이층집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취재하러 온 우리를 안내하고 반겨주기 위해 도롯가로 마중을 나온 백미영 학습코디네이터.
오늘 인터뷰는 왠지 훈훈하고 고소한 군밤 향이 날 것만 같다.
김호석 평생학습센터팀장 (이하 김) :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이 오래되었죠? 먼저, 어떻게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이하 행복학습관)이 생기게 되었는지 유래를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
백미영 원당마을 행복학습관 학습코디네이터 (이하 백) : 올해로 8년째 운영 중이에요. 당시 도의원으로 활동하던 이재준 시장님께서 경기도 행복학습사업에 대한 정보와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죠. 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 자리였던 지하 공간이 물이 차고 습해서 공간을 쓰지 못한 채 있었어요. 그 장소를 리모델링하고 지상 2층에 있는 다른 공동체 장소 일부를 빌려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을 열게 됐죠.
김 : 그러면 백미영 학습코디네이터께서는 처음부터 함께 하신 거군요?
백 : 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열악했죠.
김 : 그렇게 열악한 조건에도 행복학습관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운영 전반에 관한 결정은 어떻게 진행하셨어요?
백 : 행복학습관 사업을 받은 주체가 ‘사단법인 고양마을 포럼’이라는 단체에요. 거기에서 20여 명이 모여 행복위원회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의논하고 결정했었어요. 이 지역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곳, 배울 수 있는 곳을 만들었으니 필요한 강좌를 열어보자 했었죠. 배움에 갈증이 있다는 것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명확히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원당시장 상인들의 학습 욕구와 열정은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난타 프로그램인데요. 난타를 배운 상인들이 동아리를 만들고 수년째 지금까지 자립 운영을 해 오면서 연습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함께 이뤄가는 공간이 주는 성장과 행복
김 : 행복학습관에 특색있는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지만, 특히 이 공간을 많은 분이 빌려 사용했다고 알고 있어요. 주로 어떤 대상이 대관하는지요?
백 : 맞아요. 대관 요청이 많았어요. 사람들은 장소가 필요해요. 소통하고 함께 활동할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학습자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들이 그랬고요. 특히 재래시장 난타팀은 수업 시작하면서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연습 장소로 사용했고, 마을공동체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한 협동조합이나 사)풀뿌리공동체와 같은 시민단체들은 교육 장소도 필요하고 회의 장소도 필요하거든요. 청년이나 시민단체, 청소년 등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이 행복학습관을 애용하죠. 댄스팀을 만든 청소년들은 이곳에 와 연습하기도 하고요. 클래식 5중주 팀들도 연습 장소로 활용하기도 했었어요.
김 : 특별히, 청년이나 시민단체가 많이 대관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백 : 우선 무료 대관이라는 입소문이 나서 많이 문의도 하고 방문도 했어요. 저희는 공공성을 띠지 않으면 대관이 어렵다는 기준이 있어요. 시간별로 잘 안배해서 이용하도록 했구요. 저녁엔 스스로 정리하고 문단속을 하고 가는 등 장소 이용에 관한 규칙을 모두가 잘 지켜주기도 했습니다. 함께 이뤄낸 공간이지요.
#학습은 그저 매개였죠. 우린 배움이란 행위를 통해 행복을 만나죠.
김 : 문화 예술이나 음악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프로그램 운영과 대관을 해오셨는데요. 어떤 대상과 프로그램들이 있었는지요? 또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나 학습자가 있나요?
백 : 엄마표 영어에서부터 DJ들이 와서 음악감상실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싱어롱팝스(팝송 따라부르기), 7080 노래배우기 등 아주 다양하죠. 이곳을 이용한 학습 대상은 어린이, 청소년, 노년층, 주부…. 다양합니다. 그런데, 남자는 거의 없어요. 프로그램을 홍보하더라도 이미 너무 많은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다는 말로 참여하기를 꺼려요(웃음). 한번은 은퇴한 남성들을 위한 요리 수업을 기획했는데 신청한 사람들이 아내여서 그랬는지 남성들의 참여가 활발하진 않더라구요.
청소년 기자단을 고양신문과 함께 운영했었는데 중1 때부터 3년간 꾸준히 수업을 들었던 한 친구는 결국 ‘정의로운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 되었다고 유튜브에서 인터뷰하기도 했답니다.
과학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6학년 초등학생이 기억나네요. 배려심이 깊은 아이였는데 언어장애를 가진 학생 아버지가 고마운 마음에 항상 화분을 가져다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화초를 키우고 있어요.
성인 프로그램 중에서는 난타 외에 엄마표 영어가 기억에 남아요. 5년 정도 운영했었는데요. 2년여 참여하신 분들이 나중에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게 되는 눈에 보이는 성장도 있었어요. 이런 열매를 보면 참 보람이 있죠.
이 지역은 학습하거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매우 부족했어요. 그리고 공간이 있다 하더라도 공간 대부분은 저녁엔 문을 닫죠. 행복학습관은 저녁뿐 아니라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관을 원하는 단체들은 모두 의미 있는 소통과 활동을 위해 장소가 아주 필요하거든요. 학습이 매개도 되지만. 사람을 모이게 하는 공간 자체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보이지 않는 배움과 성장이 생긴다는 걸 너무 잘 알죠. 특히, 팟캐스트로 마을 미디어 공동체 '별이 빛나는 고양 FM‘도 여기 장소를 이용했었죠. 음악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다양하게 공간을 이용해왔죠.
김 : 그동안 많은 사람이 행복을 만난 곳이었군요. 열악한 조건에서 자원봉사처럼 참여하셨다고 했는데요. 무엇이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게 만드는지요?
백 : 결국 사람이죠. 일이 너무 즐거웠어요. 이 말은 사람이 좋았단 뜻이에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게도 행복이었어요. 그리고 목표가 있었거든요. 바로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교육이었어요. 이 지역이 점점 슬럼화가 되어가고 있어서 이 지역에서 꼭 필요한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주민들의 의식을 전환하고 도시재생 활동가를 만들어 살기 좋은 지역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목표가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신나게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시재생으로 다시 태어나는 원당, 그 중심에 주민, 그리고 원당마을 행복학습관
김 : 지금 원당은 한창 새 단장 중이라 해주실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요. 마을공동체 교육,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백 : 그동안 도시재생 활동가를 꾸려나갈 인력이 없어 마을 활동을 쉽게 진행하기 어려웠는데요. 올해는 주민기획단을 꾸려서 월 2회 모여 공동체 운영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프로그램도 논의하고 있어요. 행복학습관에서는 2014년부터 도시재생 및 마을공동체 교육, 재래시장 활성화 수업 등을 매년 진행해왔는데요. 이러한 활동이 가점으로 작용하여 원당5구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1호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단법인 고양마을 포럼이 원당5구역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프로젝트를 맡아 주민협의체 구성을 진행했어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9년부터 2021년 3년 동안은 골목길 음악회, 한여름 밤 맥주파티, 꽃밭 가꾸기, 담장 허물기 외 자율주택 정비사업과 배다리 행복 나눔터 커뮤니티 센터를 설립하는 등 원당을 하나의 공동체로 찬찬히 엮어가고 있습니다.
김 : 행복학습관이 평생학습 거점 센터답게 여러 기능을 하고 있네요. 앞으로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을 계획하고 계시는지요?
백 :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고 싶고,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 중 전문 직종에 계신 분들을 지역 강사로 초빙하여 마을에서 함께 사는 기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하고 싶어요. ‘원당 행복청(聽, 들을 청)’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어요.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고, 사소한 것에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자존감 회복 프로그램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특화사업으로 ’원당 아무개 응원소‘를 만들어 응원과 칭찬,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응원을 선물하는 것도 기획하고 있고요.
김 : 원당마을 행복학습관, 이곳을 스쳐 간 사람들 또 앞으로 올 사람들에게 이곳을 한마디로 소개하신다면요?
백 :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청소년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결국 교육인프라의 결핍이 행복학습관으로 지역 주민이 모이게 된 동기가 아닌가 합니다. 함께 어우러질 때 삶이 더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하는 행복학습관이길 바랍니다. 사람들을 살게 하고 살아내게 하는 곳이었음 해요. 모이는 곳, 또 새로움이 일어나는 곳, 그리고 삶의 바구니에 무언가 하나씩 담아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마디로 해야 하는데 너무 길었군요(웃음).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은 소통과 배움을 통한 자존감 향상을 경험하고, 행복한 삶을 만나는 곳입니다!”
김 : 마지막으로, 백미영 학습코디네이터님에게 평생학습이란?
백 : 끊임없는 삶의 지혜와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삶의 양식이죠!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의 시작부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는 백미영 학습코디네이터님의 눈빛에는 ’바람‘이 비치는 듯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외로웠던 사람은 마음이 채워지고, 배움에 목마른 분들은 학습으로 풍족해지고, 서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하고 싶은 바람도 아니고, 넘치는 재산을 탐내는 바람도 아니다.
오고 가며 존재를 확인하고 말 한마디 건네며 인사 나누고 함께 배우다 또 같이 활동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소박한 바람이 결국, 사람을 살리고 삶을 변화시키고 지역을 성장시킨다는 마법의 공식을 백미영 학습코디네이터님은 이미 꿰뚫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원당마을 행복학습관에서 끊임없이 행복이 샘솟아 날 수 있게 응원과 관심이, 그리고 지원이 지속되는 바람을 조용히 가져본다.
(글/사진) 임수정(lej0731@hanmail.net)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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