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문해교육사협회 신태미 고양지부장
‘문해 능력은 모든 국민이 가져야 할 권리입니다’ 라는 문장으로 홈페이지 첫 장을 장식한 [국가문해교육센터]를 알게 된 지는 불과 몇 년 전이다. 알 권리를 내세우며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두려움을 혹은 억압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가. 당연하게 받아왔던 어쩌면 지긋지긋하다며 탈피하고 싶었을 공부나 학교가 어떤 이에게는 일생을 두고 바라던 기도이고 구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아!...’ 하고 입도 마음도 묵직해진다.
오늘은 문해교사협회의 고양시부장인 신태미 선생님과 문해교육에 대한 정담을 나누며 배움이란 우물에서 길어 올린 삶을 들어보자.
임은정 (이하 임) : 일반 시민들이 문해교육분야는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한글 해독능력을 위한 교육이 문해교육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구요. 성인문해교육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신태미 (이하 신) : 네. 평생교육법에서 성인문해교육에 관한 조항을 보면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문자해득교육이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조직화된 교육프로그램을 말한다” 즉, 문자해득 외에도 사회 문화적으로 요구받는 기초생활능력을 위한 교육이 포함되고 교통안전, 금융, 정보, 건강 등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아우르고 있어요. 저학력 · 비문해 성인에게 최소한의 국민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인간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의 기본전제라고도 설명하고 있어요.
임 : 모든 사람의 알 권리에 대한 실현 프로그램이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문해교육과 인연이 닿으셨는지요?
신 : 2011년, 교육학과 동아리 모임 활동 중에 우연히 문해를 접했을 당시엔 ‘문예’인 줄 알았어요.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고 나서 제대로 문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싶었죠. 그땐, 고양시에 문해교육이 없어서 김포에서 받았어요. 서울에 있는 복지관에서의 첫 강의를 시작으로 고양시 원당종합사회복지관 등 지금까지 문해교사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죠.
임 : ‘문예’인 줄 알고 다가갔던 ‘문해교육’ 분야를 지금까지 10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걸어오게 한 에너지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요?
신 : 어머님들이죠. 문해교육을 받으시는 분들은 거의 어머님들이에요. 배움에 관한 아쉬움으로 오시겠지 했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열정에 놀랐어요. 매 순간 열정적으로 삶을 채우는 자세와 수업에 임하는 진정성을 보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겸손함을 온몸으로 배우죠. 그분들이 주는 감동이 저를 성장시켰던 것 같아요. 또 그분들이 하나씩 깨우칠 때마다 가슴 벅찬 보람을 느낍니다.
임 : 건강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셨네요. 문해교실 시화전을 해마다 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분들이 쓰신 심금을 울리는 시들은 삶을 다시 돌아보게 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도 많을 것 같아요.
신 : 어느 날, 야간 수업 학습자 한 분이 우셨죠. 항상 위축된 모습으로 기억되는 분이셨는데, 누군가와 말을 잘 하지 않으셨죠. 글을 모른다는 걸 눈치챌까 노심초사하며 사셨더라구요. 글을 배운 후에 남들에게 당당히 먼저 말을 건넬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눈믈을 흘리셨어요. 그분에게 문해 능력은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이자, 또 살아가는 이유였던거죠. 자녀들에게도 글을 모른다는 걸 숨기고 살아오신 분들이 많으셨죠. 그래서 글을 깨친 후에 제일 먼저 자녀들에게 미안하다는 편지를 쓰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제대로 질문에 답을 해 주지 못한 미안함이 죄책감이 되어 가슴 깊이 박혀있었던 거죠. 살아온 세월을 담아내듯 한 자 한 자 쓰실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쓰시는 모습을 보면 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답니다.

임 : 그분들의 삶이 어떤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분들의 기쁨에 선생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하니 그 보람이 미루어 짐작됩니다. 10년여 동안 늘 행복하고 뿌듯하기만 하진 않았을텐데요. 아쉬운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신 : 아무래도 학습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가슴이 아프죠. 특히, 치매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더욱 그렇죠. 치매 증상 중 하나로 관계에 대한 오해나 피해의식같은 심리적 변화가 생기는데 그런 것들이 저에게도 다른 학습자들에게도 상처가 될 때가 간혹 있어요. 음... 그리고, 아주 가끔 문해교사들을 하대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분들도 있긴 하답니다.
임 : 다시 문해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질문을 할께요. 고양시 높빛희망학교는 기사를 통해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곳도 학교와 같은 체계로 운영이 되고 있나요? 높빛희망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신 : 2009년부터 비문해자를 대상으로 한 ‘성인문해교실’부터 고양시 문해교육은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요. 지난 4월 원흥초등학교 내 거점평생학습센터를 개소하고 관내 유일한 학력 인정 문해 교육기관인 ‘높빛희망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구요. 2015년 입학하여 2018년도 졸업생을 처음 배출했었던 학력인정반이 잠시 운영된 적이 있었다가 올해 원흥초가 생기면서 초,중등 학력인정반이 다시 개설된거죠. 내년에 초등 학력인정 졸업생이 배출될 예정이랍니다.
임 : 기쁜 소식이군요! 졸업식이 벌써 기대되는데요. 좀 전 설명 중에 문자해득교육 외에도 다양한 문해교육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문자 해득 교육 외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로 이루어지나요?
신 : 금융과 교통 문해는 이미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사회가 급변하다 보니 다양한 방면에서 기초생활능력이 키워져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디지털 문해에 대한 교육이 시급해요. 지금은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로 원활한 진행에 지장이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문해교사협회에서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 : 사명감과 보람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에 저도 에너지를 받게 되네요. 우리나라 사회 문화적 배경상 비문해자들이 많을 수 있겠다 예상이 되는데요. 그만큼 문해교육에 필요한 정책과 지원은 원활한 편인가요?
신 : 현장에 있는 문해교사의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체계적 지원과 정책이 아직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에 맞는 교재 개발이 필요하죠. 정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개발과 지원이요. 지자체의 인식 정도에 따라 지원의 차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인식의 차이가 바로 예산의 차이로 연결이 되거든요. 예산확보는 원활한 사업 진행과 직결되죠. 연구비나 사업 진행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등이 지원된다면 지자체 스스로 학습자 맞춤형 교재를 개발하여 만들 수도 있거든요. 강릉시가 디지털 문해교재를 자체 개발하듯이 말이에요.
임 : 문해교육 현장에서 넘쳐나는 열정만큼 정책과 지원도 활발해지면 좋겠군요. 일반 시민들이 비문해자가 얼마나 있는지 잘 알지 못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살기 위한 시민들의 인식의 변화나 태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신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문해교육을 받고있는 분들은 ‘지금’을 누리게 해 주신 윗세대들이 대부분이에요.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을 견뎌내고 현재의 초석을 땀으로 일궈낸 분들이죠. 시민들이 그분들의 교육을 위해 공간과 환경을 조성하는데 열린 마음으로 협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간을 내어주시는 주체들의 인식변화는 물론 비문해자에게 응원과 격려의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임 : 네.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문해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비문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한지도 점검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고양시와 문해교사, 그리고 학습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신 : 고양시에는.. 성인문해학습자를 위한 독립된 교육공간의 확충이 시급해요. 별도의 문해학교가 있다면 학습자 중심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령 학습자들의 학습 환경에 대한 지원은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만 더요. 문해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분들에게 많은 기회가 확충되어 지역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요.
그 다음은, 동료 문해교사 여러분~!
초심을 잃지 말자구요.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함께 가요!
그리고, 문해교사들의 에너지인 성인문해학습자 여러분~!
글을 못 배운 것은 당신 탓이 아닙니다.
위축되지 마세요. 당당하셔도 됩니다.
모르는 것은 잘못도 아니고 창피한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배우려는 당신의 자세와 열정에 존경을 보냅니다!
멋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 주셔서 아주 많이 감사드려요!




배움을 뒤로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손가락이 휘어지도록 손 마디가 굵어지도록 거친 세월을 살아낸 분들의 땀 한방울에도 우리는 진정으로 감사한 적이 있었던가...
잠시 숙연한 마음마저 드는 인터뷰였다.
비문해의 배경은 개인마다 아주 다양할 것이다. 고령이 아닌 비문해자들도 상당한 수를 차지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정책도 어쩌면 아는 만큼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급변하는 사회만큼 다양한 현상과 상황에 놓이게 되는 우리의 삶은 아는 그것 너머에도 있다는 걸 잊지말아야 겠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사회. 적어도 우리 고양시는 그랬으면 좋겠다. 평생학습도시의 시민들은 이렇게 배우는 즐거움으로 행복하다고, 학습 소외가 결국 사회에서 소외되는 일은 우리는 보지 못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이길 간절히 바래본다.
천천히 가도 좋겠다. 멈추지만 않으면, 뒤로 가지 않으면 우린 가고 있는 것 일테니...
그렇게 함께 길을 만들어가며 걸어가는 삶에 오늘 하루 또 겸손해짐을 느낀다
(글/사진)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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