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아람누리 소설 교실 등단 작가 최승랑, 강나윤, 최지연
고양시 지역 유일의 문화예술 전문 아카데미라는 자부심이 있는 아람문예 아카데미에서 운영중인 <소설가 이순원과 함께하는 소설 창작연습> 수업이다. ‘은비령’,‘19세’,‘오목눈이의 사랑’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명성이 높은 이순원과 함께하는 소설 교실은 소설을 쓰고 싶고 소설이 알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일은 사람이 하고 해결은 시간이 한다’라는 따스한 말로 문청들을 다독이는 작가의 교실은 오랜 시간 고양시의 소설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보듬어왔다. 2016년 최승랑 작가가 단편 ‘좁은방’ 으로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었고 이어 여러 작가의 등단 소식이 이어지며 고양시의 명실상부한 작가의 요람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강나윤 작가가 ‘우체국 여자’로 한국 작가회의의 <내일을 여는 작가>의 신인상을, 최지연 작가는 ‘착장’으로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 악양면 평사리에서 진행되는 평사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교실 문우들의 축하를 받았다.
소설 교실의 회원들은 등단이 목적은 아니지만, 등단으로 인해 얻은 에너지가 분명히 있음을 전하며 교실의 스승인 이순원 작가의 소설에 대한 한결같은 자세와 통찰이 큰 가르침이 되었으며 교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또, 교실을 함께하는 문우들이 서로의 작품을 읽고 작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가감 없이 짚어주는 합평 수업의 장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홀로 글을 쓸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품에 대한 방향을 날카롭게 짚는 합평이 처음에는 따갑게 느껴지지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교실 문우들에 대한 신뢰와 긍지를 강조하며 소설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 교실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아람누리 소설교실의 등단작가 최승랑, 강나윤, 최지연씨 3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설의 영감은 일상으로부터-소설을 쓰며 일상 견디는 힘 얻게 돼
Q. 우선 최승랑 작가님의 단편집 ‘추억의 습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단정하고도 서늘한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집을 읽고 나서 여러 빛깔의 사랑에 대한 감정이 절제된 톤으로 그려내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소설집을 내신 느낌은 작가로서도 각별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A. 최승랑-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물론 첫 소설집을 낸 소감을 말한다면 정말 기쁘죠. 그렇지만 내 인생의 평범한 기쁨 중의 하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쩌면 저의 평범한 일상이 될 수도 있는 글을 쓴다는 것, 또 그 글을 발표한다는 것에 주체 못 할 희열을 느낀다면 쉽게 그 열기에 동화되어 사그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해요. 좀 늦었지만 천천히 이 길을 걸어가고 싶거든요. 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솔직한 심정입니다. (웃음)

Q. 작가님들은 작품의 영감을 어디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소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A. 최승랑- 소설을 쓸 때 어떤 특정한 사건에서 크게 임팩트를 받거나 영감을 얻는 편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장면을 볼 때 그 순간 그 현장의 전후 상황을 유추해 스토리를 만드는 편이 가장 많은데요. 예를 들어 종합병원의 대기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여읜 노인을 만났다면 그의 옷차림과 표정에서 이야기를 상상하곤 합니다. 혹은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감정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A. 강나윤- 저는 제가 소설가가 되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그저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문화 센터에 소설쓰기 교실이 있어서 호기심에 등록했어요. 등록하고 나서 작품을 써서 ‘합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그만둘까 생각했는데 저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첫 소설을 완성했죠.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물론 수준은 떨어졌지만(웃음) 오랜 시간 글을 쓰게 된 건 소설 교실 사람들이 좋아서였을거예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들이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좋아서 계속 글을 쓰고 계속 나오게 된 거 같아요.
저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사람들과의 대화나 뉴스, 책을 읽으며 얻어요. 등단작 <우체국 여자>는 우체국에서 일하는 여자가 신춘문예에 투고하는 소설을 가로채 수정해 다른 곳에 투고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는 원고를 신춘문예에 투고할 때마다 내 원고가 심사위원 손에 무사히 도착할까? 그런 불안감에서 시작된 이야기예요. 만일 원고가 심사위원 손에 가기 전에 분실된다면? 누가 빼돌리거나 실수로 분실하면 어떻게 될까? 만일 누가 고의로 빼돌린다면? 왜? 그런 생각의 고리들이 엮여 소설이 되는거죠.
A. 최지연- 대학에 다닐 때 국문학을 복수전공을 하긴 했지만, 소설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었어요. 그러던 중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 속에서 제 정체성을 새롭게 다져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됐어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엄마 역시 세상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마침 저보다 먼저 아이를 낳고 기른 친구로부터 엽서가 도착했어요. 지연아, 글을 써보는 게 어떨까. 조심스레 묻던 그 친구의 문장을 시작으로 아이가 잠들 때마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일은 행복한 일이기도 했지만, 때론 버겁고 도망가고 싶은 일이기도 했거든요. 의도하진 않았는데 우연히도 첫 소설의 첫 장면에 도망치는 사람이 나왔어요. 나중에서야 생각하게 됐죠. 도망치는 소설을 쓰면서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견뎌낼 힘을 얻었던 것 같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소설 쓰기는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게 소설의 영감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단편적인 이미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빨간 원피스, 동네 작은 화단의 모습 등 일상에서 인상적인 것을 추출하고 거기서 인물이 태어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게 돼요.

Q. 강나윤, 최지연 작가님은 지난해 등단하셨는데요. 등단 소식을 들으셨을 때 느낌은 어떠셨나요?
A. 강나윤- 제가 받은 상은 작가가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 제겐 더욱 의미가 있었어요. 마치 친구가 친구에게 주는 상처럼 느껴진달까요. 선배작가, 후배작가, 원로작가 등 작가에 대한 많은 표현이 있지만, 본질은 작가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만든 신인상은 자체로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순수의 결정체를 받은 느낌이랄까요. (웃음) 무척 영광이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A. 최지연-공모전에 원고를 보내면서도 저 스스로는 과연 수상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함께 글을 쓰는 문우들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는 응원을 보내주셨어요. 많은 힘이 되었지요.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에도 아람누리 문우들과 소설을 합평하고 있었어요. 문우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소식을 듣게 되어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전날 본심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고 혹시 수상할지도 모른다고 내내 같이 기대해준 것도 문우들이었고요.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소설 교실 이순원 선생님과 최승랑 반장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함께 걸어가는 문우와 품을 내어주신 이순원 작가, 교실 이끌어가는 원동력
Q. 최승랑 작가님께서는 오랜 시간 아람누리 소설 교실의 ‘반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아주셨는데요. 교실의 구성원은 소설 교실이 지금껏 운영되어 온 데에 최작가님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말씀해주곤 하십니다. 그동안 힘들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람되었던 일이 있으실까요?
A. 최승랑- 제 역할이 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도 그저 소설 교실의 한 명의 문우이고 같은 구성원인 문우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동안 우리 문우들이 별 볼 일 없는 나를 너무나 잘 따라주었고 이해해주고 믿어주셨고 문우들에게 감사할 뿐이죠. 이순원 선생님께서 교실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여주셨어요. 아낌없이 주는 큰 나무와 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자신의 소설 집필에도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신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죠.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선생님과 문우들과 함께해온 시간에 비하면 별일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 문우들이 문학 공모전에 당당히 당선되어 등단 작가로 인정받고, 또 교실을 떠나 다른 길을 걷는 문우들이 여전히 우리 교실에 애정을 가지고 평생 친구로 함께하는 걸 볼 때 우리 교실과 선생님의 힘을 느끼죠.
Q. 세 작가님은 소설 교실의 힘은 이순원 작가님의 가르침과 함께 문우들의 가감 없는 평가라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중 자신의 작품을 문우들과 함께 읽고 가감 없이 평가를 받는 합평 수업의 매력이라고 꼽아주셨습니다.
A. 최지연- 아람누리 교실의 힘과 매력은 교실에 참여하는 문우들이 서로의 글을 진심 어린 애정을 가지고 읽어준다는 것에 있어요. 그 애정이라는 것이 서로의 작품의 격려하고 감동한 점들을 이야기할 때도 드러나지만, 작품에 대한 아쉬운 점, 고쳐야 할 점을 말할 때 더 많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부분을 철저하고 낱낱이 말해주는 합평에서 더 많은 애정을 느끼게 되는 역설을 경험하게 되지요. 때론 괴롭고 상처받을 수도 있는 합평이지만 그런데도 즐거움이 더 큰 이유는 소설 교실이 모이는 사람들이 인정과 평가보다는 성장과 성숙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참 멋진 사람들이 많은 교실이에요. 수업 외에 사람들과 스터디를 이어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만나서 책 이야기, 소설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쉽게 고립되기 쉬운 요즘과 같은 시기에 더없이 소중한 교실이지요.
A. 최승랑- 우리 교실에 오는 분들은 애초에 등단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보다 책을 좀 더 읽고 접하고 싶어서라든지 아니면 간단한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오셨던 것 같아요. 개중에는 정말 제대로 된 소설을 쓰고 정식 작가가 되려고 온 사람들도 계셨고요. 소설 교실 초창기엔 더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등단작가의 산실로 자리매김한 지금은 작가의 꿈을 가지고 우리 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더 많아지셨고요. 그런 분들을 이곳으로 이끌게 된 원동력이라면 먼저 익히 알려진 선생님의 명성과 인품, 또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갑고 애틋한 문우들 간의 유대감이 아닐까 싶어요.
A. 강나윤- 아람누리 소설 교실의 매력은 한결같은 자율성에 있는 것 같아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웃음) 어찌 보면 매정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그 누구도 쓰라고 강제할 수 없는 것처럼 쓰고 싶은 사람은 쓰고 읽기만 하고 싶은 사람은 읽으면 돼요. 아무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고 편안하죠. 또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주변에서 찾아보긴 사실 어렵죠. 그런데 소설 교실에 가면 늘 새로운 소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소설의 본질은 순수함...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느껴야
Q. 마지막으로 작가로 활동하는 여러분께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또, 소설가를 꿈꾸는 고양시민들에게 건네고픈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A. 강나윤- 소설엔 삿된 것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거나, 대중을 계몽시키려고 하거나, 소설을 도구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믿고 있어요. 독자는 작가보다 미련하지 않아요.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딱히 없어요. 순수한 글을 쓰고 싶어요. 또, 작가가 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엄청 위대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A. 최승랑- 감히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해요. 가슴에서 시키는 감성들을 보관하지 말고 꺼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매사에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했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 말이나 느낌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웃음) 소설가를 꿈꾸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가장 평범하고 누구나 알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죠.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필사하는 게 제일 쉽지만 어려운 것이죠.
A. 최지연-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직 없지만 제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진통보다는 아프더라도 삶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감성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욕심은 있어요. 제가 소설을 읽으며 삶을 더 다채롭게 감각하고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듯 제 글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읽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글을 쓰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괴로울 때도 많거든요. 괴로움과 즐거움 사이의 낙차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그 낙차 사이에서 춤추는 것, 소설 쓰기가 그런 체험을 제공하는 것 같아요. 글 쓰는 것은 그만큼 가치 있어요. 뜻이 있지만,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는 분들께 함께 글 쓰자고 손 내밀고 싶습니다.
| 아람누리 소설 교실을 이끄는 이순원 작가는?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가 당선되어 활동 시작.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말을 찾아서>,<은비령>,<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첫눈>.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수색, 그 물빛 무늬>,<미혼에게 바친다>,<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첫사랑>,<19세>,<나무>,<흰별소>,<삿포로의 여인>,<정본소설 사임당>,<오목눈이의 사랑>,<춘천은 가을도 봄>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
(인터뷰/글)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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