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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호 [인터뷰] 김이듬시인과 ‘책방 이듬’

시스템관리자 2026-03-11 19

사람이 변하는 모습 보며 책방 지속할 힘 얻었죠

[인터뷰] 호수공원에서 대화동으로 ‘책방 이듬’ 이전한 김이듬 시인 


<i>어찌 다 헤아릴까? 이 많은 마음을. 장보기부터 마지막 설거지까지 함께해준 사람들을. 책방을 열기 전엔 전혀 알지 못했다가 책방에서 만나 벗이 된 이들. 이제는 서로서로 안부를 묻고 어쩌다 보이지 않는 이가 있으면 찾고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i>

<right><i>-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 36p</i></right>


호수공원 앞에서 3년을 ‘버틴’ 책방 이듬이 대화동 성저마을로 이사했다. 책방에선 시인보다 책방 지기 혹은 책방 언니로 불리길 원하는 김이듬 시인은 호수 공원에서의 3년을 ‘돈 잃고 사람 얻은 시간’ 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인은 몇해 전 늦봄 고양예고에 강의를 하러 왔다가 호수공원에 반해 서점을 차렸다. 많은 사람들이 서점을 차리려는 상가를 ‘죽은 자리’라고 표현했고, 동료 문인들은 격렬하게 말렸지만 시인은 결연하게 호수공원 앞에 카페겸 서점 ‘책방 이듬’을 차렸다. 그 곳에서 고군분투 했던 이야기는 이번에 낸 에세이집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에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의 4계절이 다 담긴 책이예요. 서점을 하면서 마음 속으로 문화 운동이라는 단어를 많이 떠올렸어요. 탈모까지 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서점에 오시는 사람들이 바뀌는걸 보면서 버텼어요.”


책방 이듬의 한 켠

 

이듬 시인의 이야기가 들리는듯한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따뜻한 공간


작가의 시집 ‘히스테리아’의 영역본이 지난해 미국 문학 번역가협회 주관 미국 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수상했다는 낭보가 들려온 후 시인은 계속 쓸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에세이에 밝혔다. 또, 히스테리아는 영국의 시 번역센터(The Poetry Translation Centre)에서 주관하는 사라 맥과이어상 최종 후보에 올라 1월 발표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다양한 미디어 보도 후 서점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했다. 창 밖으로 눈이 소복히 쌓이는 1월의 오후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과 김이듬 시인의 인터뷰가 ‘책방 이듬’에서 진행되었다. 

  

20200128150617_vcglzbyb.png평생 사귄 친구보다 서점에서 친구 더 많이 얻어20200128150619_zzpfulml.png

  

김호석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호석) : '책방 이듬‘이 호수공원에서 성저마을로 이사했습니다. 이사 후 제일 변한 점은 무엇일까요?


김이듬 시인(이하 김이듬) : “월세는 싸지고 공간은 넓어졌죠. 지난해 11월 말 이사를 했는데 신정에도 쉬지 않고 계속 가게를 열었어요. 마을 분들이 오가며 들러서 많이 신기해하고 좋아하셨죠. 예전 호수 공원에 있을 땐 갖다 놓는 책들도 주로 제 취향이었다면 지금은 주민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책들을 생각했어요.”


김호석 : “호수 공원에 있을 때도 책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셨습니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여러 예술 관련 강의가 많았는데 서점을 열 때부터 염두에 두신 건가요?”


김이듬 : “외국의 카페들을 보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그 안에서 소통이 일어나는 게 정말 좋아 보였어요. 처음 오픈할 때부터 나의 서점이 주민들의 사랑방, 작가들의 소통 공간, 주민과 예술가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유럽이나 미국에선 아티스트가 소통하는 살롱 문화가 활발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곤 하죠.”


책방 이듬’에서의 프로그램 중

 

김호석 : “어떤 프로그램과 어떤 손님이 제일 기억에 남으셨나요?”


김이듬 : “책방 이듬에 일산에 사는 유명한 작가들도 많이 찾아주셨어요. 김연수, 은희경, 황석영 작가 같은 분들요. 작가와의 만남을 찾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박상수 시인의 낭독회를 보려고 구미에서 찾아온 여대생이었어요. 시인의 낭독을 듣고 울더라고요. 또, 어떤 노시인은 낭독회 후 우시기도 했어요. 김이듬 고맙다고. 사실, 많은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을 하고 싶지만 큰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그런 작가들과 독자를 이어주는 통로는 꼭 필요해요. 이런 만남으로 변화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책방 이듬이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차가웠던 심장을 메우는 공간이죠. 사실 이곳에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 다 소중해요.”


김호석 : “작가와 주민 간의 통로라는 말씀이 참 인상 깊습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좁은 장소일수록 사람들의 관계성이 깊어지고 서로로 인해 거친 영혼이 비벼져 둥그레진다는 글이 생각났습니다. 책방 이듬이 꼭 그런 공간인 것 같습니다.”


김이듬 : “저는 사실 비관주의자였고, 한군데 붙박이로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낯선 사람을 두려워했고요. 그런데 책방을 운영하면서 사람이 바뀌는 거예요. 여기서 평생 사귀어왔던 친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사귀었어요. 책방 이사할 때도 SNS에 딱 한 줄 ‘포장 이사합니다’라고 올렸는데 열 명의 사람이 연락도 없이 와주셨어요. 동료 시인들은 막 동화 쓰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이에요. 동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


책방 이듬을 통해 평생 사귀었던 친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사귀었다는 김이듬 시인

 

20200128150617_vcglzbyb.png책방 이듬, 작가와 주민을 잇는 통로… 책방 언니로 늙어가고 싶다20200128150619_zzpfulml.png

 

김호석 : “에세이를 보면 책방 운영이 아주 어려우셨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고양시에서 책방을 지속할 수 있게 한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김이듬 : “사실 다른 지역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오라는 곳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곳 일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았어요.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오랜 벗이 되고 도와줄 일이 없나 물어보고 걱정해주는 그런 관계. 시를 모르던 사람이 시를 알게 되고 그런 과정이 좋아요.”


김호석 :“책방 이듬의 프로그램 기획 기준이 궁금합니다. 기획부터 홍보지까지 혼자 만드셨다고 했는데 제일 어려웠던 점은 뭘까요?”


김이듬 : “책방을 시작하면서 출판사가 의뢰하는 행사보다는 작품은 좋지만, 알려지지 못한 작가, 주민이 원하는 작가, 일산 파주 인근의 작가들을 모시고 싶었어요. 돈만 벌기 위해 하는 행사는 하지 않으려고 했고요, ‘일파만파 낭독회’라고 일산 파주 작가들을 모신 낭독회도 진행했는데 주민들이 좋아하니까 보람이 컸죠. 힘든 일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혼자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좋은 일이 더 많았어요.” 


김호석 : “독립 서점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고양시나 국가의 지원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김이듬 : “월세를 내줬으면 좋겠어요. (웃음) 농담이고요. 공간의 특성과 독립성은 유지하면서  지원해 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겠죠. 책방 이듬을 보고 다른 지역에 서점을 내신 분들도 있는데 많이들 어려워하시고 그만두게 되신 분도 있어요. 안타깝죠. 저는 이듬을 운영하면서 내 최저시급만 나올 수 있다면, 한 달에 다만 50~60만 원이라도 벌 수 있다면 이렇게 책방 언니로 늙어가도 괜찮겠다고도 생각해요.”


김호석 : “시인께서 생각하는 고양시와 고양시민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김이듬 : “제가 고양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이 살아있고 호수공원이 아름다워서예요. 저는 정말 일산 홍보대사예요. (웃음) 행사 때문에 한국을 찾은 외국 문인들이 저를 만나러 일산에 오면 저는 같이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요. 이게 한국의 소나무야! 막 가르쳐주고.(웃음) 그런데 도시의 느낌은 청춘을 넘겼다고나 할까,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죠. 한숨이 많은 사람 같은 느낌? 그래도 저는 고양시와 사람들을 좋아해요. 제2의 고향이예요.”


내가 있는 곳이 우주 꿈을 이루는 공간


20200128150617_vcglzbyb.png내가 있는 곳이 우주…꿈을 이루는 공간이길 바라20200128150619_zzpfulml.png

 

김호석 : “책방 이듬이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원하시나요.”


김이듬 : “지금처럼 여기 오시는 모든 분이 함께 성장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서점에 오는 사람들 누구나 다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저는 갑질이 싫어요. 누구든지 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꿈을 이루어가는 공간이길 바라죠. 책방 앞 칠판에 이렇게 적어두었어요. 외롭거나 슬픈 사람들이 위안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호석 : “인터뷰를 진행하며 공간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서점에 오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말씀도 인상에 남구요. 앞으로의 계획은요.”


김이듬 : “낮에는 책방 언니로 밤에는 시를 쓰며 살고 있어요. 다작하는 편은 원래 아니었고 서점을 하면서 청탁을 거절하기도 했어요. 이곳에서 점점 욕심이 없어지고 있어요. 저는 내가 있는 곳이 우주라고 생각해요. 책방 이듬이 나도, 이곳에 오는 사람들도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믿어요.”


인터뷰 내내 시인은 책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물었다.

인터뷰 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늘던 눈발은 시간이 지날수록 함박눈으로 변했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시인과 정답게 안부를 나누던 남녀는 카페 밖을 쓸겠다며 빗자루를 들고 나섰다. 어떤 이는 직접 커피를 내려 마셨다. 누군가는 시를 쓰고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가져온 커피 원두를 나눴다. 눈은 책방 이듬을 지구에서 오롯이 하나만 존재하는 공간으로 고립시켰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온기를 나눴다.


서점에 오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_이듬 책방



  

 

(글/사진)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인터뷰) 김호석 l 고양시 평생학습센터팀장(교육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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