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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호 [인터뷰]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 “한양문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학습놀이터”

시스템관리자 2026-03-11 22

한양문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학습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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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오롯한 봄을 느끼지 못해 아쉬운 3월 말, 고양시 대표 서점인 한양문고 안으로 들어섰다. 몇몇 시민들은 마스크를 낀 채 좋아하는 책을 살펴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중 한 코너가 눈에 띄었다. 한양문고에서 활동하는 여러 동아리와 강좌에서 추천하는 책을 진열해놓은 곳이다. ‘꿈작업 인문학’ ,‘독일 문학 함께 읽기’, ‘소소한 책 수다’ 등 동아리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여러 책의 목록을 들여다보니 비슷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양문고주엽점(이하 한양문고)은 2014년 서점 내 갤러리 카페인 ‘갤러리 한’ 오픈을 시작으로 시민단체와 여러 동아리가 활동하는 지역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고양시 평생학습카페 1호이다)


서점 내 강의실


서점내 갤러리 카페 갤러리 한


지난해 말부터는 개인 서재를 오픈해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과 은은한 조명으로 꾸며진 8.4㎡ 규모의 방 8개가 개인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클래식한 느낌과 은은한 조명의 개인 서재들


클래식한 느낌과 은은한 조명의 개인 서재들


알차게 준비된 강의를 듣고자, 다양한 동아리가 좋아서, 혹은 이곳의 느낌과 사람이 좋아서 한양문고에는 고양시민이 모여든다. 서점을 책을 파는 공간에서 문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바꾼 원동력에 대해 사람들은 남윤숙 대표의 열정을 꼽았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 지역 대표 서점의 한쪽을 시민들에게 내어주는 것으로 시작해 학습의 향기가 넘치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 남윤숙 대표는 인터뷰 내내 경영 마인드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부끄러워했다. 남 대표는 공간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한양문고의 가치도 이곳에 모인 시민들이 만들어주었다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양문고


한양문고


한양문고


한양문고


사부작사부작 4월호 ‘정담’에서는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 남윤숙 대표를 만나 한양문고가 가진 문화의 힘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3월 27일 금요일 오후 4시부터 한양문고 대표 사무실에서 2시간여 진행되었으며 임수정 기자가 정리했다.

 

 

20200128150617_vcglzbyb.png교보문고가 나를 행동하도록 떠밀어…고맙다는 말이 서점 운영하는 원동력20200128150619_zzpfulml.png

 

 

김호석 고양시 평생학습센터 팀장(이하 김) 고양시 평생학습 웹진 사부작사부작 ‘정담’은 평생학습 관계자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님은 그 첫 번째 인물입니다. 반갑습니다.

 

남윤숙 한양문고 대표(이하 남) - 영광이네요. 반갑습니다. (웃음)

 

Q.김 - 코로나 19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A.남 - 요즘 코로나 피해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다 같이 힘든 상황이죠.


Q.김 - 한양문고의 공간이 바뀔 때마다 늘 감탄하게 됩니다. 서점이 아닌 평생학습관, 문화센터 같은 느낌이에요. 한양문고는 2014년부터 서점 안에 갤러리 카페를 만들며 공간을 시민들에게 오픈하셨습니다. 서점 안 공간을 내어주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가 서점을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죠?


A.남 - 언제부턴가 서점에서 책이 안 나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비치해놓으면 손님이 올 거로 생각했는데, 그래도 책이 안 나갔어요. 온라인 환경으로 시장이 넘어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복합적 상황도 있었죠. 일산에 생긴 교보문고가 결정적이었어요. 교보문고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게 2015년 12월이었어요. 그때 ‘아! 교보문고가 나를 뛰도록 밀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고 싶지만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서점 창고 한쪽을 비워서 지혜공유협동조합에 내준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까 그분들의 학습 욕구가 엄청났어요. 그 학습 욕구에 반응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그때는 강의가 다 무료라서 고맙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게 제가 서점을 하는 의미처럼 느껴졌어요. 그 고맙다는 말을 부여잡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Q.김 - 그 시도가 서점에 그리 큰 이익이 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이어오며 계속 확장을 해가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남 - 제게 서점에서의 가장 큰 이익은 내가 서점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간은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 서점은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 공간이죠. 학습자들이 이 서점, 이 공간을 채워줬어요, 그게 가장 큰 힘이었어요. 돈은 뒷순위였죠. 돈을 1번으로 두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것 같았어요.



20200128150617_vcglzbyb.png책 읽는 사람은 사회. 약자에 무심할 수 없다20200128150619_zzpfulml.png

 

 

Q.김 - 한양문고는 고양시민의 자발적인 학습 욕구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지역의 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한양문고의 학습 및 문화 공간을 탄생시킨 남윤숙 대표


A. 남 외부에서 봐주시는 시선에는 감사하지만, 의도하고 한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 환경, 인권에 대해 절대 무관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는 사람들의 공간에는 그런 활동이 당연히 따라붙는 것 같아요. 자기만족에 의한 지적 사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고 우리를 알고 지역을 알고 세계를 아는 배움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행동과 삶을 변하게 하는 게 배움이 아닐까요.


Q.김 - 책을 읽는 행위가 배우는 활동 중 가장 기본이라는 말씀이군요. 한양문고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함께 읽고 나누며 삶과 가치를 확산하는 공간이니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지역 기업들과 함께 하는 문화 행사도 그런 연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알뜨레노띠, 더채움과의 협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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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남서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 관계들이 필수적인데요. 기업들은 문화 예술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서점의 문화 행사는 후원이 필요하고요. 후원하는 기업도, 후원받는 서점도, 문화를 즐기는 시민도 다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런 모델 계속 만들 거예요.


 

20200128150617_vcglzbyb.png한양문고에 오는 사람들이 서점의 자산20200128150619_zzpfulml.png

 

 

Q.김 - 외부에서는 대표님을 공유경제에 탁월한 마인드가 있는 경영전략가로 보고 있습니다. (웃음)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시고 홍보에 공을 들이시는데요. 프로그램 결정이나 운영에 대한 기준이 있으신가요?


A.남 - 경영마인드라기보다 위기를 느껴서 악착을 떠는 거죠. 서점이 살아남을 방법, 수익 모델을 정말 다양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악착을 떨어도 결국 내가 알고 좋아하는 것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제가 잘 알고 좋아하는 게 아니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듣고 나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좋아요. 그래서 궁금해하고 찾아보게끔 하는 게 좋아요. 한 달에 만 원을 내면 원하는 아카데미를 들을 수 있도록 계획 중이에요. 1,500명 회원이 모여야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더라고요. 지금 회원들을 흔들어 깨우는 작업 중입니다. 지역 기업도 결국 사람이 한양문고에 오기 때문에 후원해주시는 거예요. 한양문고에 사람이 온다는 것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양문고에 오는 사람들이 자산이죠. 


Q.김 -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것, 정말 뛰어난 전략가신데요? 한양문고의 가장 큰 자산이 사람이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특히 저는 그 사람의 특징이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한양문고에는 비슷한 결을 가진 많은 동아리가 활동 중입니다.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시거나 활동에 관여하시는 편인가요?


A.남 - 전혀 하지 않아요. 동아리 기념행사에 초대받는 적도 많은데, 가지 않아요. 하지만 제가 소개해야 할 자리가 있으면 열심히 하죠. 제가 그 동아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정말 좋아서 ‘사랑한다’라고 까지 표현하는 동아리가 있는데 관여 안 해요. 회장이 누구신지도 몰라요. (웃음). 저는 우리 한양문고의 다양한 동아리가 제 생각의 파편을 구현해줬다고 생각해요.


한양문고의 공간들


한양문고의 공간들


한양문고의 공간들


Q.김 - 그래도 한양문고의 공간에 들이실 때는 많은 고려를 하실 것 같은데요.


A.남 - 네. 들일 때는 깐깐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제가 추구하는 가치의 사람들, 말씀하신 결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분들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관여하지 않죠. 그런 분들과 함께 오래 활동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20200128150617_vcglzbyb.png한양문고의 의미는 시민이 부여하는 것20200128150619_zzpfulml.png

 

 

Q.김 - 서점 경영이나, 공간 운영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A.남 - 술이요.(웃음) 사람을 많이 만나요.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양문고에 머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죠. 그리고 떠오른 아이디어 확인을 위해 현장에 가보는 편이에요. 내가 아는 만큼, 생각하는 것만큼 아이디어가 구현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걸 유심히 보되 거기에 제가 호응하면 시도하는 편이에요. 물론 무언가 크게 벌려 놓으면 사지가 떨릴 정도로 무섭기도 해요. 그래도 재미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경영이 아닌 주먹구구지만요(웃음).


Q.김 - 갈수록 서점 운영이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한양문고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양시와 시민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남 - 그 의미는 제가 부여하는게 아니라 고양시민이 한양문고에 부여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고양 시민이에요. 저는 제 정서를 담아내는 공간이 좋아요. 관에서 주도하는 곳도 의미가 있지만 이렇게 시민들이 주도하는 공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정서에 고양시민이 부합해주신거죠. 다른 방식의 공간에는 그 공간의 결에 맞는 사람들이 모일거라고 생각해요.


20200128150617_vcglzbyb.png학습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추구한다.20200128150619_zzpfulml.png


Q. 김 -서점으로 사람을 오게 하려고 시작한 작업이 결국 한양문고만의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학습문화 형성의 핵심이면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데요. 대표님께서 생각하는 학습을 정의해주실 수 있을까요?


A.남 - 학습은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늘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책상에서 누군가의 강의를 찾아 듣는 것은 짧아야 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길었으면 좋겠어요. 학습에 자신의 노력이 없으면 절반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Q. 김 -대표님의 말씀에 논어 위정 편의 한 구절의 생각 납니다.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는 말인데요. 학습과 실천이 일상에 있어야 한다는 대표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한양문고가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변화와 동력이 함께 일어나는 공간인 것 같아요.


A.남 - 저는 이 공간에 사람이 있는 것이 정말 좋아요. 이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배우고 함께 변화하는 자체가 재미있어요. 책도 많이 보고 사면 좋겠고요.(웃음) 책 사세요!


Q.김 - 오늘 인터뷰는 많이 알려진 한양문고의 활동이 아닌 대표님의 마인드와 서점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면에 주목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A.남 - 저는 저보다 오롯이 한양문고가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한양 문고 하면 남윤숙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한양문고 자체가 떠오르는, 저는 앞으로도 제가 사랑하는 한양문고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놀이를 해나갈 거예요. 함께 모여서 우리를 생각하고 변화하는 놀이가 되겠죠. 


Q.김 함께 할 분들이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글/사진) 임수정 l 사부작 사부작 웹진 기자 

(인터뷰) 김호석 l 고양시 평생학습센터팀장(교육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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