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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시스템관리자 2026-03-11 14

배우고 때로 익히면



 주제가 교육일 때 나는 다른 이들보다 할 말이 곱절이다. 배우는 사람으로서 보낸 기간에 못지 않는 시간을 가르치는 데 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꼽아보니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넘기고도 몇 년을 더 보냈던 그 경험은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주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가르치려는 주제와 그 시점에서의 합의된 정의, 그렇게 흘러간 사연에 대해 나 자신의 배움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만 했으니.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가르치는 이로서 섰던 공간이 대학이었고, 가르친 과목은 글쓰기였다는 사실을 밝혀둬야만 하겠다. 대학은 최고 교육기관으로, 글쓰기는 교양의 일부라고 대개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오늘날 대학의 위상과 역할, 글쓰기의 사회적 쓰임새에 대해 아는 이라면 이런 인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님을 잘 알고 있으리라. 대학은 대한민국 교육의 모든 제도적 단계가 그렇듯이 다음 단계를 예비하기 위한 기관이다. 중학교를 위해 초등학교를, 고등학교를 위해 중학교를 다니듯,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은 취직을 위해 대학을 다닌다. 학생들의 ‘지금의’ 바람과 궁금증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진입을 위한 공부가 당연히 재미있을 리가 없고, 무엇보다 쓸모가 없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 결론에 충격을 받는 이들도 있겠고,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의 소용이 되지 않는 공부는 최소한 쓸모가 덜 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리라. 우리는 공부가 지금의 고민과 궁금증에 답을 주는 대신 다음 단계의 공부를 위해서만 쓸모가 있는 교육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테면 이성교제는 대학을 들어가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던 데에서 대기업 정규직에 취직하고서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유예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대학에서 가르쳤던 글쓰기는 전공이나 일반 교양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배움, ‘대학생활’에 대한 감상이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을 배우는 과목이 되어버렸고, 실제로 많은 대학들이 이 수업의 목표를 ‘자기소개서’를 쓰는 요령을 얻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데도 ‘평생교육’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현실을 아예 모르거나 애써 무시하는 이상주의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문화현상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제도의 특성상 이상주의는 어쩌면 교육과 이음동의어일 수도 있는 핵심적인 가치다. 오히려 이상주의와 멀리 하면 할수록 비실용적이 되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근대화가 진행될수록 낡고 비실용적이라고 공격받던 유학은 바로 그 때문에 오늘날 교육의 ‘이상주의적 쓰임새’를 복원하고자 시도하는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아동교육 교재라고 할 수 있는 <소학>에서 군왕교육의 교재로까지 쓰인 <대학>으로 이르는 코스를 마련해두고 있는 유학은 그 어느 사상보다도 교육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유학의 비조인 공자의 저서이자 유학의 경전인 <논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i>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i>


배움과 그 즐거움에 대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이 구절은 못지 않게 유명한 이 구절과 사실은 한 묶음이다.


<i>멀리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i>


친구의 소중함과 만남의 설레임으로 흔히 인용되는 이 구절은 사실 배움이라는, 평생의 즐거움과 연결되어 있으며 지명도는 훨씬 떨어지지만 공부를 평생의 즐거움으로 삼기로 한 이라면 곁에 두고 절대로 잊어선 안 될 구절로 이어진다.


<i>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i>


이 짧은 글에서 공부가 어떻게 즐거울 수 있는지에 관해서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인용한 논어의 서두를 읽고 ‘과연 공자님 말씀은 틀린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든 독자라면 일단 거점평생학습 센터 중의 하나인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논어>를 한 권 사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다름 아닌 공자님께서 배움의 즐거움에 대해서 조곤조곤 알려주실 것이다.

 

 

 

 

(글) 최윤구 l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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