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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호 배움이 아닌 가르침에 대하여

시스템관리자 2026-03-11 20

배움이 아닌 가르침에 대하여



“아니 아니, 그렇게 학원에서 배운 거 말고, 니가 잘 하는 게 있을 거야. 잘 생각해보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잘 아는 것 설명하는 글’을 써보자 하면 대부분 학원에서 배운 ‘피아노’나 ‘첼로’ 같은 악기 연주법이나 ‘수영’이나 ‘스케이트’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화를 내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도 계속 우겨본다.


“아니 아니, 있을 거야.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잘하는 것. 또는 잘 아는 것.”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한숨을 쉬다가 한두 명씩 말하기 시작한다.


“칠판을 잘 지우는 방법?” “오, 좋다 좋다.”


“어린 아이랑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방법?” “정말, 어떤 방법이야. 궁금해. 궁금해.”


‘지우개 똥으로 로봇 만드는 법.’ ‘달고나 만드는 법.’ ‘쌩쌩 날아가는 종이비행기 접는 방법.’‘라면 꼬들꼬들하게 끓이는 방법’ 봇물 터진 듯 아이들 목소리가 높아진다.


“다 좋다! 그럼 이제 써보자! 우선, 누구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지 생각해 보자. 샘에게 가르쳐줘도 좋고, 친구 누구에게 가르쳐줘도 좋고. 또 여러 사람을 모아 놓고 가르쳐줘도 좋아.”


“근데, 우리는 어린이인데 뭘 가르쳐줘도 돼요?”


“그럼. 누구나 가르치고, 누구나 배우는 거야. 누구나.”

     

‘배움’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우리는 흔히 ‘배우는 사람’의 자세가 된다. ‘나는 잘 모르니까, 이런저런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맞다. 그렇게 평생 배운다는 마음은 매우 중요하다. ‘배우는 사람’이 있으니 당연히 ‘가르치는 사람’ 도 있어야겠지? 그럼 가르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몇 년에 걸쳐 그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 아니면, 오랜 경력을 가진 사람? 아니면 뭔가 가르치는 스킬이 뛰어난 사람? 물론,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나 더 살포시 보태본다.


‘알려주려는 마음이 있는 누구나.’


언제 어떤 꽃이 피고 지는지, 밤하늘 별들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지, 겨울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떤 때 용기를 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을 하나하나 꺼내다 보면, 그게 바로 가르침이고 또 배움이 되는 걸 테다.


그래서 평생학습은 ‘배움’이기도 하고 ‘가르침’이기도 하고, 그 둘을 합쳐 ‘나눔’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느 하나가 일방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 가진 것을 내놓는 마음으로 만나는 서로학습이다.


“야, 어제 니가 가르쳐준 데로 달고나 해 먹어 봤는데, 이상하게 타기만 했어. 뭘 잘못한 거지?” “어? 정말 해 먹어 봤어요? 국자가 막 탔어요?” “그렇다니까?” “왜 그랬지?” 옆에서 불쑥 다른 녀석이 끼어든다. “불을 너무 세게 한 거 아니에요?” “불을 약하게 하라는 말은 없었는데?” “아, 맞다. 제가 그 부분을 빼먹었네요.” 또 다른 녀석이 끼어든다. “처음에는 불을 좀 세게 해서 국자를 달구고, 그다음엔 약하게 해야 돼요. 국자가 너무 뜨겁다 싶으면, 저는 살짝 찬물에 국자 밑부분을 담가요.” “오 그런 방법이 있었어?”

 

순식간에 달고나 만드는 각자의 비법을 꺼내놓기 시작하고, 도서관이 온통 시끄러워진다.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서로학습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글) 박미숙 l 책과도서관 대표 /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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