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요즘 책 읽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50대가 되어서야 책 읽는 재미가 생겼으니, 참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책과 친밀해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저의 독서이력은 참 빈약합니다. 20대에 줄곧 읽던 사회과학 책과 일과 연관된 전공분야 책이 전부입니다. 많지 않은 책이지만 그 책 몇몇 권이 제 삶의 중심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요즘 재밌게 읽는 책은 자연과학 책입니다. 사람의 몸과 우주의 세계, 생명과 과학 등 그간 접하지 못한 지식과 정보를 얻으면서 잔잔한 해방감을 느낍니다. 그리도 궁금했던 ‘생명의 근원’을 향해 첫 걸음마를 시작한 기분입니다. 제가 뒤늦게나마 책과 친밀해진 것은 고양의 인문학 모임 ‘귀가 쫑긋’ 덕분입니다. 귀가 쫑긋은 한 달에 한번 강사를 초대해 강연을 듣고, 책을 읽고 토론하고, 다양한 공부모임도 진행합니다. 저는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부모임에 참여하는데, 이 모임에서 읽는 책과 이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겐 스승입니다. 막연한 상상이 구체적인 사색이 되었고, 일을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청년의 마음을 다시 품게 되었습니다.
책과 타인에게 얻은 지식과 정보, 새로운 인식은 제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지속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됩니다. 인식의 힘은 참으로 큽니다. 같은 사물, 평범한 일상이 다르게 보이고, 나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고, 나와 타인의 관계도 바꾸게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정말 아는 만큼 살 수 있음을 절감합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저를 보면서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 궁극적으로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촘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평생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돈을 갖는 것보다 소중합니다. 돈은 삶을 편리하고 화려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겠지만, 마음 깊은 곳을 움직여 삶을 바꾸는 근원적인 변화를 주지는 못합니다. 돈은 우리가 진정한 행복으로 다가가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101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인생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3가지 비결 중 하나로 ‘끊임없는 공부’를 꼽으셨습니다. 아직도 공부를 놓지 않는 교수님의 삶을 보며, 공부와 인식의 소중함을 다시 되새겨 보았습니다. 누구나 101세의 교수님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공부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하겠구나 싶습니다. 특별한 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고른 기회를 가지려면 도시와 정책의 프로그램이 각별해야 합니다. 나와 우리, 더 많은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도시, 시민의 삶을 바꾸는 정책이 절실합니다. 고양은 다른 도시에 비해 교육열이 높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학부모의 교육열도 높지만, 그 학부모를 키운 중장년층의 교육열도 높습니다. 고양 곳곳의 행정복지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백화점 문화센터만 둘러보아도 배움의 열기를 후끈 느낄 수 있습니다. 직업강좌부터 인문학강좌 까지, 배움에 대한 열기는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입니다. 도시가 시민의 갈망을 함께 채워가는 일은 곧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보람된 일이지요.
고양시평생교육이 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따듯하고 선한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워지길 소망합니다. 시민의 생각을 깊이 살펴보고, 시민의 요구를 찬찬히 들어보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상쾌한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평생교육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연민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배움을 통해 삶을 바꾸고자 하는 갈망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함께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시민에게 항상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촘촘히 다가가서, 거기서 하나하나의 프로그램을 설계하길 바랍니다. 평생 배울 수 있는 도시, 배움에 대한 연민과 연대가 가능한 도시, 이보다 더 좋은 도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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