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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호 ‘깊은 눈’은 얼마만큼 깊은 걸까?

시스템관리자 2026-03-11 15

깊은 눈은 얼마만큼 깊은 걸까?



어깨 너머 배우기 그리고 기쁘기

조용하다. 아니 고요하다. 어쩌다 잔기침이라도 나올라치면 방해될까 미안해 저절로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삼킨다. 왜냐하면 여기는 도서관이니까. 

발자국 소리조차 나지 않는 이 곳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 읽고 사색하며 배움과 성장을 키워 나간다. 진지하게 때로는 엄숙하게.

하지만 내가 일하는 도서관은 다르다. 부산스럽다 못해 소란스럽다. 왜냐하면 여기는 작은도서관이니까. 

숨소리마저 요란한 이 곳에서도 사람들은 배우고 성장한다. 다만 그 모양이 조금 다를 뿐이다. 독서 너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성장하는데 마찬가지로 진지하고 때로는 엄숙하다.


한 아이가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회봉사 언니 오빠들을 위해 직접 만든 감사 편지와 글


나는 코딱지만 한 이 곳에서 일어나는 배움과 성장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지켜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수시로 그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둘러보고 삶을 챙겨본다. 그러므로 감히 말하건대 이 현상을 나는 ‘작은도서관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을 통해 얻어지는 ‘배움’이 나를 ‘기쁨’으로 이끌어주니 말이다.


한 아이가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회봉사 언니 오빠들을 위해 직접 만든 감사 편지와 글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게 나오면 끝없이 질문하는 아이들, 책과 담 쌓고 지내다 비행(사연을 들어보면 굳이 사회봉사를 하지 않아도 될 죄목도 있지만^^)을 저질러 사회봉사 왔다가 억지로 쥐어진 책 속에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 청소년들, 그림책을 어른들이 어떻게 읽느냐며 멋쩍어 하더니 어느새 입을 딱 벌리며 감탄에 못 이겨 맥주 한 잔 하러 가는 아빠들…. 

특히 하루하루 삶의 의미를 찾는 게 너무 힘들다는 7080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익힐 때면 눈빛이 환하게 빛나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짜르륵 돋는 소름을 애써 달래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그것도 작은도서관에서 일 하는 내가 배울 수밖에, 기쁠 수밖에 없는 까닭들이다.


한 아이가 자신을 가르쳐주는 사회봉사 언니 오빠들을 위해 직접 만든 감사 편지와 글


질문하기 그리고 답하기

공공도서관인데도 시끄러운 도서관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의 유태인 전통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서는 둘씩 마주보고 앉아 토론을 주로 하는데, 나는 이 모습이 무척 경이롭게 느껴진다. 이들처럼 토론을 위한 질문은 아니지만 우리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질문을 많이 한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낱말이 나오거나, 일상에서 생긴 의문이 생기면 곧바로 묻는다. 그 중 나를 당황케 한 것은 바로 ‘깊은 눈’이 뭐냐는 질문이다. ‘깊은 눈’이라니! 부끄럽게도 나는 아주 길게, 중언부언 덧붙여 설명을 했다. 

이제 그 질문을 다시 곱씹어 보려 한다. ‘배움’의 목적이 무엇인지 답을 찾다 보니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참된 삶을 살기 위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그러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배우고 익히는 것 아닐까.

 

흔히 그 사람의 품격에 따라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으로 나눈다.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 한가’라는 말씀을 좇아 살다보면 어느 때인가 이 세 부류 안에 들기는 할까 걱정이다. 맨날 어깨 너머 배우는 처지여서 말이다.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의 한켠에는 어떻게 살 것인지 더 고민하고 더 배우라는 가르침이 있는 여름이다. 깊은 눈을 가진 이를 만나고 싶은 여름이다.


 (글) 이승희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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